방송3개사 인기프로「베끼기」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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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방송사들끼리 타방송사 인기프로의 소재와 포맷을 모방하는 아이디어 도용이 심각하다.

<정치인 모셔오기>
국내 방송프로들이 외국프로를 모방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봄개편 이후부터는 국내 방송사간의 베끼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특징.
이같이 방송사간의 베끼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대해 방송전문가들 사이에서는『KBS·MBC신임사장의 취임과 함께 방송사 고위간부들이 제작진에게 시청률 올리기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조급해진 PD들이 우선 안전한 포맷을 찾다보니 가까운 타방송사의 인기프로를 베끼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타방송사의 아이디어 도용을 가장 단적으로 볼 수 있는 프로는 최근 잇따라 신설되고 있는 토크 쇼 분야. SBS-TV『주병진 쇼』가 정치인을 출연시켜 호응을 얻자 KBS·MBC는 뒤늦게 부랴부랴 토크쇼를 신설하고 내용 또한 아무런 성격의 차별화 없이 정치인을 자주 출연시키는 등 『주병진 쇼』를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프로에서의 아이디어 훔쳐오기도 만만치 않다. KBS-1TV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가 10대 취향의 쇼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로 공공성과 시청률 면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자 MBC는 이번 봄 개편에서 이와 비슷한 『음악이 있는 곳에』를 신설했다.
또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닮은 프로는 『열린 음악회』 『쇼 파노라마』 등 같은 KBS에만도 2개나 더 신설됐다.
시사다큐멘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성공하자 소재와 포맷이 약간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같은 아이디어의 프로인 KBS-1TV의 『다큐멘터리 극장』 『사건 25시』, MBC-TV의 『MBC 시사다큐멘터리』가 줄줄이 쏟아졌고 MBC는 이번 여름개편에서는 또『경찰청 사람들』까지 내놓았다.
드라마의 경우는 포맷을 베낀다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몇몇 드라마에서 코믹연기가 바람을 타자 앞다투어 코믹터치의 드라마를 내놓고 코믹연기에 능한 탤런트를 스카우트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코믹연기의 대가들인 주현·박인환 같은 경우는 각각 4개·3개의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있다.

<겹치기 출연 예사>
이들 겹치기 출연 탤런트들은『한꺼번에 3∼4개의 드라마를 하게 되면 거의 체력의 한계상황에 도달하기 때문에 거절하고 싶지만 제작진과의 인간관계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을 정도다.
『주병진 쇼』의 CP(책임연출자)인 신완수PD는『방송사들이 인기프로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은 우선은 시청률에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사프로의 양산으로 이내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만들어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이라고 아이디어 도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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