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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blog] 축구팬들, 대표팀 지휘봉에만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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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한국 축구계의 관심은 온통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에 쏠려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FC 코리아(국가대표팀)밖에 없다"는 우스개처럼 대표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다 보니 사령탑 선임 문제가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K-리그 올스타전을 준비해 온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람들입니다. 석달 전부터 준비를 한 연맹 직원들은 보름 전부터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앞으로 다가온 올스타전이 올림픽팀 감독 선임 문제에 가려 관심 밖으로 밀려 버렸습니다.

올스타전 이틀 전인 2일까지 입장권 예매는 5000여 장에 불과합니다. 연맹에서는 "1985년 득점왕 피아퐁(태국)이 왔으니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라도 많이 와주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얼마나 속이 탔는지 김원동 연맹 사무총장은 "관심만 끌 수 있다면 프로야구 SK의 이만수 코치보다 한술 더 떠 팬티까지 벗고 운동장을 돌고 싶은 심정"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올스타전과 대표팀 감독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 8월 17일, 한국은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0-1로 졌고, 다음 날부터 관심은 온통 조 본프레레 감독 경질과 차기 감독에 맞춰졌습니다. 나흘 뒤(21일) 열린 올스타전은 '썰렁함' 그 자체였죠. 2006년 올스타전도 독일 월드컵 직후 감독 교체(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와 시기가 맞물리는 바람에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가 올스타전 흥행의 발목을 잡는 게 원망스럽지만 전적으로 그 탓만 할 마음은 없답니다. 박용철 연맹 홍보부장은 "축구팬의 기대 수준이 높아져 박진감이 빠진 이벤트성 경기는 외면받게 됐다"며 "올스타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얘기했습니다. 박 부장은 그러면서도 한 마디 잊지 않더군요. "장 기자, 그래도 4일 경기장에 많이 좀 와달라고 써 줘요. 경품도 많다고."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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