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삼성 수뇌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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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반도체 라인 정전 사태가 발생한 3일 삼성그룹 수뇌부도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일하던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반도체 라인이 멈춰 섰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에게도 상황이 보고된 만큼 이건희 회장도 보고 받았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피해와 복구 상황은 현장 수습이 마무리된 뒤 윤 부회장이 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시시각각 접수되는 피해 및 복구 상황 등을 체크하는 등 밤 늦게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삼성은 1970년대 수원 컬러 TV 공장 화재 사고와 93년 구포 열차 사고 등을 겪은 뒤 예상되는 각종 위기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구분하고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위기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구포 열차 사고 때는 당시 그룹의 컨트롤 타워(그룹 비서실)를 총괄 지휘했던 이수빈 전 비서실장을 대책본부장으로 한 사고 대책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했다.

◆기흥 반도체 공장은=삼성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설립된 현대적 의미의 반도체 공장이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신호탄 격인 64KD램도 이 공장에서 생산됐다. 기흥 공장의 면적은 142만㎡며, 2만여 명의 직원이 오전 6시, 오후 2시, 밤 10시 3교대로 근무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삼성전자 화성 공장(158만㎡)과 합쳐 세계 최대의 '세미콘 클러스터'로 불린다. 화성공장이 D램의 전진기지라면, 기흥 공장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생산 메카로 꼽힌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83년 준공 이후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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