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 1시간만에 수뢰 시인/김종인의원·정씨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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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러나 나는 6공실세중 가장 깨끗” 주장/양경선씨는 숨겨진 슬롯머신 업계 실력자
○…이건개대전고검장을 소환 조사하게된 대검중수부는 82년 이 고검장이 중수부 1과장시절 5공최대의 금융사건으로 불렸던 「이·장사건」을 맡아 수사했던 곳이어서 11년전의 수사검사가 이제는 피의자로 입장이 바뀌어 같은 장소에서 조사받게 된 셈.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 고검장은 82년 15층 특별조사실에서 이철희·장영자씨 부부를 상대로 며칠씩 철야조사를 벌였었다』며 『자신이 피의자들을 호통치며 수사하던 장소에서 후배검사에게 수사를 받게 됐으나 한마디로 비극』이라고 한숨.
○…대검 중수부에 파견돼 슬롯머신업계 정덕진씨 형제의 검찰내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검사는 26일 중수부장실앞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공세를 받자 『내 입장이 지금 몹시 난처하다』며 검찰내 따가운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아무말도 할수없으니 이해해달라』고 요청. 홍 검사는 『집에 못들어 간지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르겠다』면서 『15층 특별조사실에는 전화도 설치돼있지않아 식구들에게 연락조차 못했다』며 고충을 토로.
○…검찰에 출두하기전 기자들과 주변사람들에게 동화은행 안영모은행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강력히 부인해왔던 민자당 김종인의원은 정작 검찰에 와서는 예상외로 순순히 수뢰사실을 인정해 단1시간만에 거의 모든 수사가 완료.
김 의원은 검찰이 물증을 제시하자 아무말 없이 한참을 있다 『할아버지인 가인 김병로 대법원장의 명예에 먹칠을 한것이 가장 마음아프다』며 수뢰사실 일체를 인정했다는 것. 김 의원은 그러나 『당시 시대 상황에선 돈을 안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6공실세중에선 가장 깨끗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조성일씨(46)는 형(61)의 운수업체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노원구 지회장 등 관변단체 임원직을 맡아 지역유지로 행세하는가하면 91년 두차례의 지방의회선거에 출마하기도 하는 등 정치에 강한 집념을 보이기도.
현재 민자당 노원을지구당 부위원장이기도 한 조씨는 91년3월 기초의회선거직전 실제 거주지인 강동구 명일동으로부터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하는 형의 H운수 소재지인 노원구 상계3동으로 위장전입까지 해가며 구의원직을 노렸으나 낙선했다는 것.
○김승희 김천지청장에게 승용차를 뇌물로 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검·경인사 2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해왔다고 진술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양경선씨(45)는 현재 서울 서교호텔과 인천 갤럭시호텔 슬롯머신 업소를 가지고 있으며 한때 N·G·H호텔의 오락실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슬롯머신업계의 숨겨진 실력자.
양씨는 고교졸업후 「진회장」이라는 호텔업자 밑에서 일하다 성실한 업무처리로 발탁돼 그의 슬롯머신 지분을 물려받으며 이 분야에서 성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형제와 마찬가지로 양씨는 사업확장과 영업보호를 위해 관계기관에 끊임없는 로비를 벌여왔는데 동업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이나 경찰뿐만 아니라 세무서·안기부 등의 고위층에도 매년 수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해왔다는 설이 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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