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슬롯머신에 도덕성 먹칠/수뇌부 연루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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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엄벌마땅” 따가운 여론눈총/“수사 대상한테 검은돈 받다니/관행·제도 개선으로 거듭나야”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중) 비호세력 수사로 검찰의 숨겨져온 환부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검찰 고위간부들이 슬롯머신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승용차 등을 상납받았다는 사실은 형사피의자의 기소권을 독점하며 수사의 주재자를 자처해온 검찰이 수사대상이 돼야할 업자들과 검은 거래를 해왔다는 점에서 검찰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
법조계는 검찰이 자체비리에 대한 엄중한 처리와 진정한 자기반성으로 이번 사건을 검찰 스스로의 자기개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현재 검찰의 정씨 형제 수사결과 금품거래혐의가 드러난 이건개대전고검장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검찰지휘부 핵심인사며 연루의혹을 받아 조사가 진행중인 J·S고검장도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거론돼온 검찰수뇌부 인사들이어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밖에 슬롯머신업자로부터 승용차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D지검 K모지청장도 외부기관 파견근무를 마친 엘리트검사며 C지검 K모부장검사도 전임지 근무시절 월 2백만∼3백만원의 금품을 정기상납받은 혐의를 받고있어 이번 사건의 파문은 검찰조직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
대검은 검찰간부들의 비리혐의가 드러나면 원칙대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연루의혹 관계자전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 ▲비리혐의자에 대한 엄중처리 ▲무혐의 인사에 대한 적극적 명예회복조치를 함께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같은 비리가 권력기관인 검찰조직에 불순한 의도로 접촉을 시도하는 업자와 부족한 수사인력이나 수사비를 보완하기 위한 검찰조직의 욕구가 맞아떨어져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검찰의 타성적 관행·제도의 개선 등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기찬대한변협공보이사는 『이번 사건은 역대 정권하에서 단 한번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검찰이 그동안 정권의 방패아래 자신의 비리를 은폐하는 특권을 누려오면서 자기개혁을 애써 외면해온 탓에 자초한 업보』라며 『검찰은 진정한 권위를 되찾기 위해 비리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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