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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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이 나빠 고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원인은 무턱대고 마시는 커피 때문이다.
특히 중년층에서는 커피한잔만 마셔도 금세 속이 쓰리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도 마땅한 기호음료를 찾지 못해 습관처럼 커피를 마신다.
아침식사를 안하면 공복의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침을 걸러서는 어쩐지 허전해 견디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이럴 때 따끈한 율무차 한잔을 마셔 혹사당한 위장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치게 누적된 노폐물을 방출하도록 권하고 싶다.
위장·비장을 보호하고 그 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율무차 재료 율무는 정확하게 의이인 ·염주 등의 종인을 가리킨다. 율무는 그 이름도 다양해서 의인·미인·이인·감미·해준·주주·회회미·필제주·주자미·초주아 등으로 불린다. 기미는 약간 서늘하고 떫다.
약재로 쓰일 율무는 가을철에 채취하여 외각과 외피를 제거하고 햇볕에 잘 말린 다음 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때로는 초(불에 볶음)하여 사용한다. 차거리로 쓰기 위해서는 볶아낸 율무를 분말로 만들어 공기가 잘 통하고 습기가 없는 곳에 밀봉해 보관했다가 그때그때 꺼내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신다. 꿀을 섞어 마시면 더욱 좋다.
농촌에서는 근래 들어 율무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의 이인주는 대표적 율무술이다. 예전 횡성의 의이인주는 전국적으로 유명해 어전 진상품이었다.
최근 전남 화순의 농부 황용철씨가 되살린 의이인주는 알콜 농도 65%의 증류주로 뒤끝이 깨끗하고 향 또한 그윽해 중국의 마오타이보다 술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방 치질 치료제에도 율무가 포함된다. 약탕관이나 주전자에 물을 큰 대접으로 하나 붓고 여기에 의이인 12g, 동과자 12g, 목단피 6g, 도인 6g, 창출 6g, 대황 4g, 망초 4g을 함께 넣어 30∼40분 달인 후 이 물을 식후 1시간 전후하여 하루 3회 약 2주간만 복용하면 상당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연호탁(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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