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그래미상 만든다|연예제작협 등 대중음악 시상제도 개선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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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0년대 발라드」「90년대 랩댄스」라는 식의 대중음악 획일화를 지양하고 다양한 장르의 가요 작품과 음악전문가들을 길러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가요계에는 80년대에 주류를 이뤘던 이른바 발라드를 비롯, 50년대부터 우리 가요의 대세를 이뤘던 트롯,70년대「통기타 세대」가 즐겼던 포크,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과 함께 발전된 록음악 등이 되살아나고 있다.
트롯이나 랩댄스가 없는 여러 종류의 콘서트들이 일대 붐을 일으키고 있으며 연주곡 위주인 최근의 재즈 공연도 모두성공하고 있다.
TV드라마 주제곡이란 프리미엄을 입은『걸어서 하늘까지』(장현철)는 의외로 지속적으로 히트하고 있으며 그룹들을 중심으로 한 강렬한 록음악들도 새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상은의『언젠가는』, 한동준의『너를 사랑해』등은 라이브공연을 위주로 기반을 닦은 포크록의 설자리를 마련해주며 박정운·김종서 등이 탄탄한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같은 가요의 부문별 다변화는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랩·댄스 음악의 돌풍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성인들을 위한 가요를 되살리려는 역움직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이 가요의 부문별 발전을 꾀하기 위해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김종민)는 미국의「그래미상」과 같은 부문별 작품과 전문분야별 음악인에게 상을 주는 본격 대중음악시상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연예계 비리와 잡음의 주요 대상이 되었던 방송사 등의 연말 대중음악시상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명실상부한 권위를 갖는 새로운 대중음악상을 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MBC와 KBS도 매년 인기가수의 숫자를 고정시키는10대가수상식의 제도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다. 이같은 대중음악상은 대기업의 대중문화 소프트웨어산업 진출 바람에 힘입어 영화의 대종상처럼 대기업과 공동 주최, 대중문화산업과 대중음악인들이 연계되는 가장 큰 이벤트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방송을 타는 가요가 10대위주의 댄스음악으로 획일화되어 가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MBC-TV『결정! 인기가요』는 트롯·발라드·랩댄스·록과 포크 등으로 장르를 구분해 매주 번갈아 순위 매김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음반산업연맹이 주최하는 그래미상은 다양한 음악장르들을 수용하면서 부문별전문성을 살려주는 70여개 부문의 시상으로 최고 권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가요의 발전을 위해 최근에는 10대들끼리 공연을 마련하고 즐겨 그들의「컬트」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한국식의 헤비메틀 음악까지 제도권내로 수용하는 포용력있는 음악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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