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청장측,검찰에 네차례 전화/슬롯머신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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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간부 연루설에 경찰 진위파악 분주/홍 검사 “할일 끝나 만세 부르고 싶다”
○혐의내용 집요한 탐색
○…엄삼탁병무청장에 대한 혐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17일 오전 엄 청장 측근들이 네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 진척상황·혐의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한 탐색전을 펼쳐 눈길.
엄 청장측은 『검찰이 언론에 놀아나도 되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고 검찰관계자가 전언.
이에 대해 검찰주변에서는 일찌감치 수사선상에 오르던 엄 청장측이 정덕진씨와의 유착외에 다른 혐의가 포착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 아니냐고 분석.
○언론노출 방지위한듯
○…검찰이 박철언의원에게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홍모 여인과 정덕진씨의 증언에 대한 증거보전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법원이 검찰의 부탁을 받은듯 이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구태의연한 편법을 사용해 눈총.
검찰이 서울형사지법에 홍씨 등의 증거보전신청을 하자 법원측은 신청대장에 신청인을 아예 적어놓지 않았으며 담당재판부마저 틀리게 기록했다는 것.
○수사 거의마무리 시사
○…정씨 사건의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검사는 17일 밤12시가 다돼 퇴근하면서 『6공 실세중 실세인 박 의원과 엄 청장을 잡았으니 이제 내 할일은 끝난게 아니냐』고 말해 이들 2명에 대한 수사가 거의 매듭지어졌음을 시사.
홍 검사는 『5공비리를 몸소 체험한데다 엘리트검사출신인 박 의원이 철저하게 자금세탁을 한만큼 비위사실을 밝혀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일을 한 것 아니냐』면서 『이제는 만세부르고 쉬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정덕진씨 「오른팔」 역할을 한 것으로 수사당국의 지목을 받고 있는 임모·오모씨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정씨를 비호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의 엄삼탁병무청장이 모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모여살고 있는 「이웃사촌」으로 확인돼 주목.
이들은 모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근처 고급빌라촌에 살고 있는데 서초동 C빌라 202호에는 정씨가 살다가 지금은 정씨의 측근 임씨가 살고 있으며 오씨도 몇년전까지 이 빌라 101호에 거주.
또 이 빌라와 담 하나 사이인 다른 빌라에는 엄 병무청장과 오씨가 거주하고 있으며 근처엔 엄씨가 정씨 형제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보태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엄씨 소유의 갈비집 「동경가든」이 위치.
○“숙정겸한 수사” 분석
○…슬롯머신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씨의 배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고위관계자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자 경찰은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상태에서 이같은 사실의 진위파악에 분주.
이는 천기호치안감이 수뢰혐의로 구속됐고,10여명의 경찰간부들이 검찰수사도중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기 때문.
이에 대해 경찰주변에서는 『거론 인사중 천 치안감외에는 내부에서 금품관계까지 포함,평판이 아주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수사가 여론을 등에 업고 슬롯머신 수사와 공직자 숙정까지를 겸하는 복합수사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묘한 분석을 해 눈길.
○관련설 애써 부인 안해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덕진씨 구속이후 줄곧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던 엄상탁병무청장은 18일 검찰의 소환이 임박해지자 모든 것을 체념한듯 담담한 표정.
그동안 기자들의 접근을 가급적 꺼려왔던 엄 청장은 17일 취임(3월4일)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자신의 심경을 밝혔는데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위로섞인 말에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지 출두할 태세가 돼 있음을 밝히면서도 정덕진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애써 부인하지 않는 등 사건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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