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돌출발언 정치권 회오리/5·16정당화 “기승전결”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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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의중과 달라 “반발·자구책” 양론/민주선 “수구세력의 개혁 반기” 쟁점화
김종필민자당대표가 청와대와 주파수 틀린 발언을 잇따라 하고 느닷없이 자신의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내놓아 그 의도와 거취가 관심을 끌고있다.
어찌보면 조직적 반발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구노력처럼 비치기도 하는 일련의 언행이 겨냥하고 있는 바는 아직 명확지 않다.
○자기주장 내놓아
○…김 대표는 청와대가 「12·12사태는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성격규정한 이후 청와대쪽과는 다른 나름의 「관」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15일 아침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도중 『12·12는 쿠데타라고 하기보다는 군내부반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쿠데타란 정권장악을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가 돼서 일어나는 것으로 5·17이 사실상 쿠데타』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 측근들은 『청와대가 쿠데타적이라고 「적」자를 붙인 것과 「내부반란」은 같은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같은 의미라면 구태여 자신의 목청을 내 「오해」를 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5·16의 의미를 부각하는 내용의 「기승전결」론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늘이 있게 일으킨 사람이 박정희대통령이고(기),전두환·노태우대통령이 그것을 승계했으며(승),이제 전환기를 맞아 김영삼대통령이 개혁과 변화의 선두에 서서 내일로 새롭게 전진하고 있다(전). 누군가 이를 이어받아 한 시대를 매듭지을 것이다(결).』
○측근 “의례적 발언”
김 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5·16은 역사로서 존재하고 오늘의 토양을 만드는데 우리 민족사에 융해해 들어가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확실히 청와대쪽 정서와는 맞지않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당선직후 민자당출입기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 『몇 공화국으로 불리길 바라느냐』는 물음에 『어떤 학자는 2공화국이라고 규정하더라』고 답한적이 있다. 3선개헌 전의 이승만정권만이 1공으로 유효할뿐 그 이후는 모두 정상적인 공화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김 대통령 말속엔 다분히 3공·5공·6공은 모두 부정하고 싶다는 의중이 담겨있다.
「문민」의 단어자체가 군부독재에 대한 반대개념이며 군정의 단초가 5·16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도 현청와대가 5·16을 보는 시선이 고울리 없다.
그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김 대표가 굳이 「5·16 미화」 발언을 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측근들은 5·16주체로서 『5·16 32주년을 맞아 의례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측이 공세를 취하는 등 파장을 부르자 17일 아침 민자당확대당직자회의에서 『역사진행에 대한 개인적 사관』일뿐이라고 해명했다. 『현시대가 김 대통령 중심의 변화와 개혁에 따라 발전적으로 열어나가는 시대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16일 개진된 김 대표의 기승전결론은 그 전날 기자들에게 『5·16민족상 시상식에 와봐라』고 사전 예고된 뒤 나왔다는 점에서 계산된 것이며 뭔가 노림수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부에선 김 대표가 최근의 개혁흐름속에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민정·공화계 등 기득권세력을 겨냥한 보다 농도짙은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신을 기증전결론의 매듭(결)을 짓는 인물로 상정하고 원대한 포석으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김 대표 측근들은 이같은 해석에 펄쩍 뛰지만 그가 애지중지해온 지구당 위원장을 내놓은 대목도 심상치않아 앞으로 그가 취할 수순이 무엇인지 주목되고 있다.
○대통령답변 요구
○…민주당은 황인성국무총리의 12·12발언 파문에 이어 김 대표의 5·16발언이 나오자 연이은 「호재」를 만난듯 쟁점화하기에 총력.
민주당은 특히 5·16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내리기보다 황 총리­김 대표의 잇따른 발언을 「수구세력의 집단반발」로 규정해 5·16에 대한 대통령의 「해석」을 12·12에 이어 다시 촉구하는 등 여권내 집안싸움을 극대화시키려는 모습이 역력.
이기택대표는 17일 『김 대표의 5·16발언은 대구에서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 온 것』이라며 『3,5,6공인사들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현정권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승계정권 임을 김 대표가 기승전결이란 말로 정의를 잘 내려준 것』이라고 현정권에 대한 「JP해석」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모습.
반면 박지원 대변인은 공식논평을 통해 『12·12망언에 이어 수구세력의 대표격인 김 대표가 5·16합법화 발언으로 현정권의 개혁에 대한 반기를 집단화하는 모습』이라며 JP발언을 수구의 본격적인 「저항」으로 해석했다.<허남진·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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