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로 만든 단 하나뿐인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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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1. 세기의 여인 오드리 햅번이 마지막 눈감는 순간 유언을 남겼다. “내 유골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그의 유골을 담은 다이아몬드는 날개돋힌 듯 팔렸고 그 수익금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쓰였다.

가상 2. 한 평생 지아비만을 바라보고 산 유키에 여사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자 그의 유골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들었다. “남편은 이 세상에 없지만 반지를 보면 항상 같이 있는 느낌이라 슬프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지니고 다닌다면 항상 함께 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인의 유골분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스위스계 회사 알고르단자코리아는 “유골분에서 추출한 탄소를 고온ㆍ고압 처리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납골당에 찾아가 고인을 추모하는 대신 다이아몬드를 몸에 지니거나 집에 모셔두고 차례상에 모시는 등 언제든 고인을 곁에 두고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탄소(C)가 최고로 압축된 형태다. 지구 표면에서 약 150km 아래에 있는 맨들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3만배 정도 높은 압력과 400℃의 고온에서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고인의 유골로 만든 ‘메모리얼 다이아몬드(Memorial Diamond)’는 유골분 중 평균 500g(성인 유골분의 25% 정도)정도를 인계받아 탄소의 함유량 측정과 그 외의 성분 검사를 한 뒤 열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탄소를 추출한다. 탄소로 만들어진 흑연에 1300℃와 55Gpa의 압력이 가해져 다이아몬드로 생성된다.

압축 과정이 길면 길수록 다이아몬드도 커진다. 보통 0.3캐럿부터 최고 1.0캐럿까지 다양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으며 의뢰에서부터 완제품을 받기까지 평균 5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무색의 영롱한 광채를 띤 다이아몬드는 아니다. 유골에 함유돼 있는 붕소(B)로 인해 푸른빛을 지닌 블루 다이아몬드가 된다. 붕소의 함유량은 고인 생전의 체질, 식생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로 제작이 완료되면 레이저를 이용해 고인의 이름·출생일·사망일 등의 정보를 한글·영문·숫자로 기록할 수 있다. 스위스 알고르단자 본사에서 유골분으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졌다는 화학 구성표와 순도·무게·커트·색상 등을 표시한 보증서가 함께 제공된다.

유골 다이아몬드는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과 미국·일본 등지에서 2~3년 전부터 점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인을 곁에 모시면서 항상 추모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환경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고 묘지나 납골당 등 토지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새로운 장례문화의 하나로 정착돼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유골 다이아몬드는 0.3캐럿에 400만원대, 1캐럿에 20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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