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협상통한 해결 낙관반 비관반(핵 갈림길에선 북한: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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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③:IAEA의 대응 방안/“사찰필요”기본입장 고수/대화로 정치적 타결 희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핵문제와 관련,결의안을 통과시킨 지난 1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팀은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사찰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지난 6일 IAEA가 있는 빈을 떠나 평양에 도착한 3명의 사찰관들은 전날부터 실험용 원자로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점검과 필름교체등 통상적인 사찰활동을 실시중이었다. 주말까지 계속된 이번 사찰활동은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결의와 관련,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IAEA 손 떠나
형식논리로만 보자면 이 두가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있는 두개의 미신고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끝내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한데 따른 국제사회의 정치적 결정이다. 반면 현재 진행중인 IAEA의 사찰은 IAEA와 북한간에 체결된 핵안전협정에 따라 북한이 신고한 시설에 대해 벌이는 정상적 사찰활동이다. 북한의 NPT탈퇴선언이 효력을 갖게 되는 다음달 12일까지는 적어도 이 협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핵문제는 유엔 안보리로 넘어가 국제정치적 문제로 성격이 변했다. 그런 마당에 지금 실시하고 있는 기술적 차원의 사찰이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은 IAEA스스로 잘 알고 있다. 현상황에서 IAEA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있다. 따라서 미­북한간 고위급회담등 정치적 차원의 문제해결을 일단 기다려볼 수 밖에 없는 것이 IAEA의 입장이다. IAEA의 한 관계자는 IAEA의 입장을 한마디로 『지켜보자(Wait and See)』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일,IAEA 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핵문제가 안보리로 회부되고 난 다음에도 IAEA와 북한간의 기술적 차원의 대화는 중단되지 않고 병행돼왔다. 현재 북한에 나가 있는 사찰팀 파견과 관련,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과 북한의 최학근 원자력공업부장(장관)간에 전문이 계속 오갔고,북한측 사절단 파견문제와 관련해서도 두사람간에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IAEA 사찰팀 파견을 받아들여 비록 제한적이나마 사찰활동이 현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형식논리 이상의 의미를 함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IAEA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물밑접촉 계속돼
IAEA의 한 관계자는 사찰의 계속성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핵사찰의 성격상 계속성의 유지는 절대적이다. 예컨대 원자로에 설치된 감시장치가 단10분 이라도 작동이 중지됐다고 가정해 보라. 그렇게 되면 그전에 감시한 것은 모두 무효가 되고,중단된 10분에 모든 의혹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 진의 긍정분석
북한이 IAEA사찰팀을 받아들여 모니터장치에 대한 점검을 허용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북한의 진의 해석에 대한 하나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공식반응에서도 나타났듯 여전히 북한이 특별사찰 요구에 대해 매우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제·타결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지난해 5월이후 실시돼온 IAEA사찰의 유효성을 일단 확보해 둠으로써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사태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언제라도 북한의 대화 요구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마이어 부대변인은 IAEA의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록 타결의 문은 좁지만 문제가 정치협상의 장으로 넘어간 이상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IAEA측의 입장이기도 하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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