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밥솥 아기 화상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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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기밥솥에 손을 댔다가 화상을 입은 아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밥이 끓을 때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4∼5분에 걸쳐 공중으로 올라가는 뜨거운 증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증기는 온도가 1백도가 넘는 것이어서 손에 중화상을 입히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고려병원 성형외과 안성렬 과장은『뜨거운 증기에 아이들의 여린 손이 닿았을 경우 피부는 물론 내부 지방조직이 상하는 3도화상까지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증기방출이 끝난 시점에서도 한참까지는 방출구의 온도가 높아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안 과장팀이 최근 전기밥솥 화상환자 86명을 조사, 성형외과학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막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8∼12개월 사이의 아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돌을 전후해 아이의 행동 범위는 크게 늘어나나 반사 신경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다.
따라서 뜨거운 것이 닿아도 손을 뒤로 빼는 반사 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며 그냥 울면서 어른들이 도와줄 때까지 뜨거운 부위에 손을 대고 있는 경우도 있어 화상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것.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부모가 아닌 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에 전기밥솥 화상이 많이 나타나며 상처도 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조사결과 화상이 가장 많이 생긴 부위는 집게손가락이었으며 보통1개의 손가락에 집중적으로 화상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명에 하나꼴로 손바닥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화상을 입은 후의 사후처리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조사 결과 바셀린 거즈를 붙여두는 등의 가벼운 가정내 처치만하고 방치할 경우 다섯명에 하나꼴로 화상을 입은 부위의 손가락이 옆의 손가락과 달라붙는 합병증이 일어나고 있으며 절반 정도는 심한 흉터가 생겼다는 것이다.
안 과장은『아이들 화상의 경우 피부가 얇고 여려 쉽게 깊은 부위까지 열이 전달돼 상처가 깊게 된다』고 지적하고 가볍게 대응하지 말도록 충고했다.
합병증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서는 손가락을 탄력붕대로 싸주는 한편 스펀지로 상처부위를 압박하거나 특수탄력 압박장갑 등을 씌워주는 처치가 필요하며 관절운동을 지속적으로 시키기도 한다.
화상이 심할 경우 피부이식이 필요한데 보통 발바닥 부위에서 피부를 떼어 이식한다. 상처부위가 넓을 때는 사타구니에서 피부를 떼어 쓰기도 한다. 피부이식을 하면 흉터도 어느정도까지는 없앨 수 있다.
안 과장은 전기밥솥 화상은 밥솥을 조리대에 올려두고 쓰는 경우가 많은 아파트 생활자보다 보통 방바닥에 두는 일반주택 생활자에게서 특히 많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포트를 비롯해 뜨거운 라면이나 국그릇에 아이가 갑자기 손을 대어 나타나는 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 따라서 이런 아이들의 화상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보다 깊은 주의와 함께 생활구조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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