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배후 아직 “안개속”/물증확보 어려워 수사 장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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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업소지분·계좌추적 시일걸려/로비전담 정덕일씨 검거주력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의 비호세력에 대한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검찰은 10일 비공개수사 방침을 철회하고 정씨 구속후 1주일간의 수사진척 상황과 앞으로의 수사계획을 밝혔다.
○공소유지엔 자신
검찰은 우선 정씨의 혐의 가운데 탈세 및 서방파두목 김태촌씨에 대한 자금제공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공소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자신하고 있으며 재산도피 등 추가혐의에 대해서는 구속만기일인 오는 23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광주 신양파크호텔 오락실 영업권 갈취 ▲조세포탈 ▲권총 및 실탄의 국내반입 등 세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자백하고 있으나 ▲제주 KAL호텔 오락실 영업권 갈취 ▲미 호화빌라 구입자금 1백60만달러 해외유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권총 밀반입과 관련해 당시 김포공항 근무 세관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재산해외도피 부분은 외무부와 미 FBI의 협조를 얻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수사의 요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던 배후세력 수사는 예상보다 더뎌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검찰은 현재까지 태도로 미루어 정씨가 배후를 순순히 자백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자금추적과 슬롯머신업소지분 수사를 통한 물증확보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한두달 더 걸릴듯
검찰 한 간부는 이와 관련,『자금추적과 지분소유자 파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으로 현재의 진척도는 전체 10단계중 3단계 정도에 와있을 뿐』이라며 충분한 물증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음을 비쳤다.
검찰은 또 『정씨의 계좌 추적도 앞으로 1∼2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배후세력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슬롯머신업소의 속성과 정씨가 주무른 자금의 규모로 볼때 돈받은 인물이 안나올 수 있겠느냐』며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자금추적과 함께 배후규명의 열쇠인 슬롯머신업소지분 수사의 경우도 검찰의 공개수사 전략에 의해 애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서울시내 79개 슬롯머신업소의 지분소유자 2백여명 명단을 확보했으나 모두 잠적해버리고 겨우 20여명만을 소환조사한 상태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이 명목상의 지분소유자로 지분이 아예 없거나 5%에 불과한 속칭 「바지」임이 드러나 지분실태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
○계보파악엔 진척
이와 함께 배후세력에 대한 로비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의 동생 덕일씨가 수사망을 피해 달아난 상태여서 검찰은 덕일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모씨를 공식적으로 「정씨의 제주 KAL호텔 오락실영업권 갈취사건의 공범으로 보이는 중요 참고인」이라고 밝힌데 이어 지금껏 거론되지 않았던 박모씨를 정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계보파악 수사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이번 수사는 지분소유자 파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예금계좌 추적에도 상당 기일이 소요됨에 따라 장기전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일부 언론이 추측성 제보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것처럼 보도해 수사상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며 수사진행을 좀더 지켜봐줄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금까지 엄청난 배후세력의 존재를 검찰자신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터라 만약 계좌추적에서도 그럴듯한 거물이 걸려들지 않으면 『검찰의 의혹만 잔뜩 부풀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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