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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협 미술품감정 "아리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 유일의 근·현대 미술품 감정기구인 화랑협회 산하 미술품 감정위원회의 감정결과를 둘러싸고 최근 잡음이 일면서 미술품 감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 두 작품. 6호 크기로 돌진하는 황소의 모습을 청색조의 화면에 담은 작품과 4호크기로 황소 머리부분만을 그린 붉은 황토색조의 작품이다.
울산의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부산에 있는 모 화랑이 다리를 놓아 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한 것.
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는 이 두 작품에 대해 위작이라는 평가를 내렸으나 감정위원 중 한사람이 다리를 놓았던 화랑측에 호당 1천만원에 되팔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감정결과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박수근과 함께 가장 뛰어난 서양화가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이중섭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황소』는 요즘 화랑가에서 호당 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따라서 감정을 의뢰했던 측에서는 『위작이라면 단 한푼의 가치도 없을 텐데 호당 1천만원을 주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감정결과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화랑협회의 감정 결과에 특히 의혹을 갖고 있는 이들은 비화랑협회회원들. 청전 이상범의 작품과 이중섭의 작품을 두 차례에 걸쳐 의뢰했던 C씨(H화랑경영)는 『두 작품 모두 위작으로 평가받았으나 그후 화랑협회의 한 회원화랑이 청전작품을 되팔 것을 종용해 1천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밝히고 『화랑협회의 감정이 비회원화랑의 의뢰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위작평가를 내리는 율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허성 화랑협회 사무국장은 『82년 감정위가 활동을 개시한 이후 지금까지 오차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감정결과는 99%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화랑협회가 감정하고 있는 미술품은 우리 나라에 서양미술이 도입된 1920년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후에 제작된 작품들.
한국화·서양화·판화·외국화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한국화·서양화는 9인의 감정위원이, 판화·외국화는 7인의 감정위원이 각각 감정해주고 있다.
작품감정은 누구나 의뢰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데 감정료는 현재 한 작품에 35만원. 감정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는 결과통보 1개월 후에 해당작품이 실린 도록이나 팸플릿 등 결정적인 자료를 첨부해 재심사를 의뢰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감정위원회의 작품감정에 관련된 모든 기록은 일절 공개하지 않게 돼있어 감정위원은 물론 지금까지 어떤 작품들이 얼마나 감정받았는지, 위작평가는 몇 작품인지도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술계는 화랑협회의 감정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판별하는 문화재전문위원처럼 감정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학자·비평가·화가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작가의 절친한 친구 등도 감정위원으로 참가토록하고 ▲작품의 출처에 대한 추적작업의 병행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작가들도 작품에 대한책임의식을 가져 자선의 전 작품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보관함으로써 작품과정에 대한기록으로서 뿐만 아니라 후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작시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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