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2위 양보 못한다"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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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상해=김인곤특파원】동아시아인들의 「단결·우의·진보」를 대회 슬로건으로 내건 제1회 동아시아대회에서 9일 밤 개막을 앞두고 2위를 다투는 한국과 일본이 전력감추기로 신경전을 펼치고있다.
특히 일본은 대회참가9개국 중 최대규모인 주최국 중국(4백2명) 다음으로 3백57명(임원 1백4·선수 2백53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중국·한국에 이어 3위가 목표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관심권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걸려있는 1백68개의 금메달 중 최소한 20개의 금메달이 일본에 돌아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15∼16개의 금메달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으나 내심 종합2위를 노리고 있다.
중국관계자들은 과거 아시아 최강국으로서 스포츠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일본이 지난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중국·한국에 이어 아시아3위로 전락했으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시아 2위 복귀의 꿈에 부풀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강세종목인 육상·수영·유도·체조가 모두 중국의 메달밭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다.
한국도 축구에서 상비군이 출전했고 확실한 금메달로 믿었던 체조의 유옥렬이 결장, 금메달목표를 줄여야할 판이라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현지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강세종목인 양궁과 사격이 제외된 반면 일본은 수영올림픽금메달리스트인 이와사키 교코(암기공자·평영2백m)를 비롯, 남자체조 동메달리스트인 미키시와 다이스키(서천대보)와 마쓰나가 마사유키(송영정행) 외에도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대부분이 세계선수권대회 5위권에 드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오는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86년 이후 88서울올림픽, 90년 북경아시안게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등 계속적으로 한국에 대한 열세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라는 당위성과 육상(41개) 다음으로 메달이 많은 수영(37개)과 체조(14개)·유도(16개)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한일간의 2위 다툼에 북한도 만만치 않게 도전하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큰 위협은 아니라고 보고 거의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대회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 2백56명의 대규모선수단을 파견하고 박명철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과 강득춘·이명성 부위원장 등 체육계요인들을 모두 보내 선수단을 독려함으로써 총력전을 펼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대회 각 종목에 정상급 선수들을 파견, 1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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