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 시전문지 『시와 사회』나온다|젊은 시인·평론가 7인이 계간지로 월말창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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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족문학쪽의 첫 번째 시전문지가 창간된다. 이은봉·김창규·전기철·박몽구·오민석·김윤태·이소리씨 등 80년대를 전후해 등단한 젊은 시인·평론가 7인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민족·민중시의 방향정립과 확대재생산을 내걸고 계간 『시와 사회』를 창간, 그 첫 호를 이달말께 선보인다.
80년대 억압구조에 응전하며 시단의 대세를 휘어잡았던 민족·민중시가 90년대 들어 사회주의권 몰락과 국내 정치·사회의 민주화로 시대정의에 입각한 응전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 창간되는 『시와 사회』는 우선 민족·계급문제에 급급했던 80년대 민중시를 과감히 탈피, 민족정신에 뿌리를 둔 「좋은 시」를 지향하게 된다. 현실에 앞서 대중을 끌고 가려는 낭만적 현실주의, 혹은 혁명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민족의 합리주의라 할 수 있는 「실사구시」정신에 바탕해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읽는 시와 평론의 생산을 최우선과제로 삭겠다는 것이다.
『시와 사회』는 또 지나치게 구호적이거나 특정이념을 대변하는 것을 지양하고 시 본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는 눈 못지 않게 읽는 이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시의 본질적 미학이야말로 민중시의 대중화와 확대재생산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는 인식에서다.
80년대 초 전라·경상·충청도 지방에서 민중시운동을 일으켰던 주역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시와 사회』는 지역문인들에게도 적극 지면을 개방해 나갈 예정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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