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협 수뇌부 경찰출신 포진/정덕진씨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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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사협조않는 업소 “탈세혐의조사” 경고/청와대 S모경정 기자실 찾아 결백주장
○…검찰이 정덕진씨 비호세력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슬롯머신 중앙협의회 고위 임원들이 업계의 생리에 밝은 경찰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유착의혹이 제기.
현 회장은 지방경찰국장을 역임한 경무관출신이며 사무총장·사무국장도 서울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며 경위까지 승진한 전직 경찰.
이들 3명은 또 모두 이북실향민 동갑으로 정씨 형제와 평소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씨의 형 덕중씨(56·강원도의회 부의장)는 한때 이 단체의 회장을 맡기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
○…서울시내 79개 빠찡꼬업소의 소유지분 실태조사에 나선 검찰은 『업주들이 지분실태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해당업소에 대한 탈세혐의 수사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경고.
검찰관계자는 『빠찡꼬업소들의 소유지분 분할이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특수부 검사 전원을 동원한 실태조사에 업주들이 정씨측과의 관계때문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언.
검찰은 전국 검찰이 동원되는 3백37개소 빠찡꼬업소에 대한 소유지분 조사결과 유관기관 전·현직공무원 등의 소유사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그 명단을 공개할 것임을 거듭 천명.
○…검찰은 정덕진씨 소유의 빠찡꼬지분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부 검사까지 3명을 차출,서울시내 79개 업소 등 전국 3백37개 빠찡꼬업소의 지분관계를 조사하고 있으나 한 업소당 지분 소유자가 수십명에 달하고 있는데다 실제 소유자가 아니면서 이름만 걸어놓은 경우도 많아 지분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
검찰관계자는 『6일 부산지검으로부터 정씨 소유로 추정되는 빠찡꼬업소가 문을 닫고 업소 관련자가 모두 도망을 갔다는 전화보고를 받았다』며 『실명지분 소유자는 오히려 쉽게 소환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많지만 가명소유자는 도망갈 확률이 높아 지분파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
○…정덕진씨 배후세력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7일 정씨 비호세력으로 정계 및 검찰·경찰 고위인사 10여명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자 『언론이 아무 근거없이 시중의 소문만을 믿고 추측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기자들에게 확실한 내용이 나올때까지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주문.
특히 6일밤 일부 조간신문 가판에 「정씨의 탈세혐의를 고발치 않은 전국세청장 소환」이라는 기사가 나가자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함부로 써대면 브리핑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흥분하기도.
검찰간부는 강력부 검사들에게 철저히 보안을 지키도록 당부하며 『기자들을 사무실에 출입시킬 경우 시말서를 받겠다』고 경고.
○…정덕진씨가 미화 10만달러 송금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청와대파견 경관 S모경정은 6일 오후 서울지검 수사진을 만난데 이어 서울경찰청을 찾아와 기자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
S경정은 75년 서울지검 영등포지청(현남부지청)에 파견중 토지사기단사건 수사과정에서 정씨를 우연히 알게 됐으며 87년 6월 조직폭력배 범서방파두목 김태촌씨가 가짜그림 5억대 강매사건수사중 김씨로부터 4만∼5만원짜리 그림을 3천만원에 산 정씨를 김씨의 비호세력으로 보고 두 사람을 대질 신문한 적이 있다고 언급.
S경정은 86년 11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된 이후인 88년 12월1일과 10일 정씨의 요청으로 만났으며 이때 『당신이 내 뒤를 캐고 있는줄로 아는데 사실이냐』 『나는 4성장군도 까뭉개는 사람인데 무궁화 세개짜리가 까분다』 『언론과 야당을 동원해 청와대를 발칵 뒤집어놓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S경정은 90년 정씨에 대한 세무사찰이 끝나갈 무렵 정씨로부터 『내가 세무사찰을 당하고 있는 것을 당신이 잘아는 사정수석 K모씨를 통해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나는 그런 관계일을 모른다』고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
○…빠찡꼬대부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44)가 87년 진양기업대표로 있을때 서울시경 전·의경수련장에 기증했던 운동기구가 현재까지도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지하1층에 있는 체력단련장인 상무관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
덕일씨가 기증한 운동기구는 12종 34점으로 이중 파손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경찰관 전·의경이 매일 이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직원들은 『빠찡꼬대부 정씨 형제가 검은 돈으로 사준 운동기구로 체력단련을 해온 것이 부끄럽다』며 씁쓸해하는 분위기.
덕일씨는 89년 10월21일 이 일로 44회 경찰의 날에 경찰병원 입원환자를 위문·격려한 공로를 인정받은 큰형 덕중씨(당시 슬롯머신 중앙협회장)와 함께 내무장관(김태호) 감사패를 수상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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