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철교 위험” 교통부의 침소봉대/엄주혁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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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일 오후 교통부 기자실에서는 뜻하지 않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버지뻘 되는 교통부에서 그럴수 있는 겁니까. 집안끼리 칼부림이 나야겠소.』
평소 말수가 적은 철도청 모국장이 기어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고 함께 있던 철도정 관계자들도 차마 노골적인 성토는 삼갔지만 붉으락 푸르락 양은냄비 물끓듯 분통을 터뜨렸다. 발단은 교통부가 발표한 「교통분야 사고방지 종합대책 보고서」의 한강철교를 비롯한 선로교각의 안전성 유무.
「철교 구조물 대부분이 낡아 하상이 낮아짐에 따라 교량 이상상태 발생,열차속도 상승으로 교량 받침대 파손,한강교량 진동으로 전선 지지대 이완」 등 누가 읽어도 보고서 내용은 일촉즉발의 사고위험을 안고 열차와 전철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까지 느끼게 한다.
더구나 교통부 관계자는 『한강철교의 안전을 위해 수중점검이 필요하다』고 친절하게(?) 부언까지 한 터였다.
그러나 철도청의 설명은 다르다. 한마디로 교통부 보고서는 「선무당이 사람잡은 격」이라는 것이다.
교통부 조사반은 점검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철도청이 자체 조사해 교통부에 올린 보고서에 「철교 구조물의 대부분이 피로가 심하고(낡고) 하상이 낮아짐에 따라 교량기초가 선굴되고(씻겨 나가고)」로 돼있는 것이 교통부발표에는 「교량 이상상태 발생」으로,「전선 지지대의 볼트·너트가 이완됐다」가 아예 볼트·너트는 빠지고 「전선 지지대 이완」으로 둔갑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구조물이 낡고 기초가 씻겨나갔다는 것도 열차운행에 전혀 지장을 주지않는 C,D급 지적사항으로 「일반가정도 오래되면 도배도 해야하고 철도 다시 해야하는 정도」의 문제점을 침소봉대한데는 어떤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구포사고 이후 솥뚜껑안 봐도 놀란 가슴을 쓸어 안는게 철도청의 요즘 심정이다.
게다가 이계익장관이 국회를 비롯,여러 곳에서 공공연히 철도청에 대해 불신을 표시한만큼 교통부가 직접 점검하지도 않은 사실을 장관의 입맛에 맞도록 발표했을지도 모른다는게 철도청의 냉가슴이다.
그같은 철도청의 속마음은 괜한 오해가 아닐수도 있다는 심정적 동정까지 부른다.
예방은 문제를 크게 볼수록 효과적일수 있다. 그러나 그 예방문제가 혹시라도 특정인의 기호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곤란하다.
예방은 무엇보다 열차나 전철을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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