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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석방, 경제지원 '빅딜'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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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군의 동의.다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정문 앞에 26일 아프간 군인 한 명이 앉아 있다. 탈레반에 살해된 배형규 목사의 시신은 이날 동의부대에 안치됐으며 준비가 끝나는 대로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카불 AFP=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27일 오후 3시25분(한국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 도착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바로 아프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러 갔다.

백 실장은 인질 협상에서 '노 대통령의 백지 위임장'을 갖고 사태에 임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목표는 인질의 안전한 석방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백 실장의 활동은 아프간 고위층과의 협력에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며 "특사 파견 자체가 대통령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뜻이며, 최고 수준의 수단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백 실장에게 준 특명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백 실장의 품에는 탈레반에 잡힌 우리 인질과 아프간 정부에 잡힌 포로를 맞교환하자는 메시지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 반대급부로 아프간 정부에는 경제 지원 등 노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가 전달될 수 있다.

정부는 연간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 원조 2억50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1.2%)를 아프간에 지원하고 있다.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석방 작업이 진행될 경우 한국의 대아프간 원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백 실장은 28일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노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탈레반 포로를 석방하는 게 불가피하지 않으냐고 설득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백 실장은 또 아프간 현장 책임자인 미군 사령관과 미국 대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동맹국으로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한 뒤 인질 석방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백 실장이 카불에 도착하기 앞서 오후 3시, 청와대에선 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인질 사태 이후 열 번째 회의다. 안보회의는 이날 오전 5시에도 두 시간가량 열렸다. 탈레반 측이 여섯 번째 제시한 협상 시한 때문에 회의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관저에 머물며 협상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대응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지만 협상 쟁점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이견은 계속 남아 있다.

탈레반 강경 세력의 입장을 대변해 온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감자 23명을 석방하면 비극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태가 9일째에 접어들면서 상황도 변하고 있다. 환자가 발생하면서 납치세력의 관리 능력이 흔들릴 수 있다.

피랍자들의 건강 상태는 협상팀이나 탈레반 측 모두의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희생자가 발생한 뒤 상황의 유동성은 훨씬 커졌다"며 "납치범들의 심리적 위기감이 커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사로 파견된 백 실장의 행보와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이 이끄는 정부 협상팀이 납치 집단의 틈새를 뚫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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