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의 「자전거 개혁론」/오병상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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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 밤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민자당의원 전원을 초청해 열린 만찬은 설렁탕 한그릇에 포도주 한잔의 소찬이었지만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진정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다』는 식의 경고나 질책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황명수총장은 『그 양반 기분이 굉장히 좋더라. 베리굿』이라고 만찬의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그동안 대통령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일만 있어왔다. 여론은 대통령의 개혁을 90%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여왔고,이는 3개 지역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으로 검증되었다. 임시국회에서 골치거리였던 박준규의장 사퇴서 처리문제도 무난히 처리됐다.
대통령은 개혁을 「자전거론」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개혁의지를 한껏 내세웠다. 『개혁은 자전거타기와 같다. 멈추면 쓰러진다. 너무 빨리 가지도,멈추지도 않고,잠시 쉬지도 않을 것이다』며 개혁의 계속을 다짐했다. 『제2의 건국을 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살리는 중대한 결심을 하자』라고 「개혁=건국」이라는 최강의 표현까지 구사하면서 「동참」을 촉구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동반한 의원부인들을 향해 『가정에서부터 조용한 혁명을 일으킵시다. 여러분이 같이 뛰면 해낼 수 있으며 승리할 수 있다』며 「개혁내조」까지 주문했다.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대중적 인기를 의식해 너무 세게 나간다』고 「개혁속도조절」을 얘기해오던 한 의원은 『단순히 인기만의 문제가 아니더라. 웃음섞인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속에 엄청난 개혁바람이 실려있더라』며 긴장감을 털어놓았다.
다른 한 의원도 『제2건국이니 하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들어오면서 「그 정도까지…」했는데 직접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들어보니 정말 그대로더라』라며 『집안 식구들끼리니까 분위기는 부드러웠지만 사실 마음 편하게 밥 먹은 사람은 몇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자당은 사실 지금까지 청와대의 개혁드라이브를 소극적으로 뒤쫓아오기에 급급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이 재산공개를 명령하자 마지못해 조금씩 줄여,일부의원은 감추면서까지 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재산을 재공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의원들은 『재산공개할 필요가 굳이 있느냐』는 회의적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비롯 소찬이었지만 이날의 만찬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직접 읽을 수 있는 계기였듯이,직접 읽은 개혁의지를 보다 능동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심기일전의 계기도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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