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영혼들에게 추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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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아버지에 의해 한강 물에 던져져 숨진 어린 남매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가 8일 낮 12시 서울 동작대교에서 열립니다. 종교연합단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산하 청년위원회가 주최하는 '못다 핀 어린 영혼들을 위한 위령제'입니다. 디지털 뉴스센터의 김정수 기자가 그 숙연한 분위기의 현장으로 네티즌 여러분들을 안내해 드립니다. 어린 넋들을 위해 함께 추도의 묵념을 올려보면 어떨까요. [편집자] #4신 강물에 흩뿌려진 국화 (오후 1시30분) 오후 1시12분쯤 1부 행사가 모두 끝났다. 참석자들은 주최측이 준비한 하얀 국화를 한송이씩 손에 들고 위령제 행사 장소로부터 2백여m 가량 떨어진 사고 장소로 이동했다. 이어 2부 행사가 시작됐다. 선불교 김은욱 원주가 직접 쓴 조시를 낭독했다. “어찌하면 좋으리까/어찌하면 좋으리까//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얼음처럼 차디찬 강물 속에 내던져진 어린 영혼들을 어찌하면 좋으리까… 용서하소서!/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이어 15초간 울린 사이렌에 맞춰 참석자들은 추도의 묵념을 올렸다. 묵념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국화꽃을 던졌다. 원불교 정상덕 교무 등은 차가운 강물 위로 떠 내려가는 국화를 보며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신 (오후 1시)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절망 속에서도, 사면초가의 캄캄한 어둠 속에 내던져진 깊은 외로움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생명의 끈'을 놓치지 말 것을 호소합니다 " 각 종교 단체의 추도 의식에 이어 김규범 KCRP 위원장이 "생명과 희망을 위한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자 80여명의 참석자들은 다시한번 숙연해졌다. 옷 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강바람은 이 겨울 강속에서 얼어죽었을 남매를 떠올리게하며 더욱 절절한 애도의 염(念)을 불러 일으켰다. 위령제는 거의 정시에 시작됐다. 대표 분향과 묵념에 이어 각 종료 단체들은 각 종교에 맞춰 추도의식을 거행했다. 가장먼저 나선 천주교 성준한 신부는 '어린이 장사예절' 중 '고별식'과 '시편 149장'을 인용하며 추도예식을 했고, 이어 불교 동희스님의 천도염불과 개신교 김태현 목사의 추도기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원불교 정상덕 교무와 천도교 이선영 교화차장이 각각 천도법문과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어 위령제는 호소문낭독과 종단대표의 분향, 그리고 불교 범패공연과 소지의식(종이를 태우는 의식)으로 1부 순서를 마무리했다. #2신 속속 이어지는 추모의 발걸음 (정오) 죽은 아이들에 대한 위령제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50분. 동작대교와 국립묘지 앞길이 갈라지는 동작대교 남단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행사를 시작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준한 신부 등 30여명이 일찌감치 단상 부근에 모였다. 지하철 4호선 동작역 입구에선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가하는 시민 등을 안내했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려는 발걸음이 속속 이어졌다. 위령제가 치러질 단상 위엔 국화꽃들이 놓여 졌고 '못다핀 어린 영혼들을 위한 위령제'라고 쓴 검정색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한 쪽에 설치한 스피커에선 애도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치 위령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지나가던 차량들도 속도를 줄였다. #1신. (오전 11시 30분) 아버지에 의해 강물에 던져져 사망한 어린 남매의 3.7제(21일째)를 맞아 마련된 '못다 핀 어린 영혼들을 위한 위령제'가 동작대교 남단 안전지대에서 곧 시작된다. 무고한 넋을 위로하고 우리 사회 생명경시풍조와 가정해체 현상에 경종을 울리는 취지에서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유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의 연합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산하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다. 위령제는 대표 분향과 묵념으로 시작, 각 종단의 추도의식과 추도사, 호소문 낭독, 헌화와 조시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카드빚에 몰린 20대 가장이 자신의 자녀들을 한강 물에 던져 숨지게 한 그 사건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아버지인 李모(24)씨는 경마.도박 등으로 3천5백여만원의 카드빚이 쌓이자 6세.5세의 남매를 자신의 자동차에 태우고 서울 동작대교로 데려가 이 같은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오후 동작대교 아래 강바닥에서 티셔츠 차림으로 인양된 남매의 시신은 李씨의 진술대로 수면제를 미리 먹였기 때문인지 반항 등으로 인한 외상은 없었지만 추위로 몸이 꽁꽁 얼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李씨는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일상 생활이나 판단력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구속된 李씨는 뒤늦게 "아이들이 저 세상에서 고생 없이 살게 해주고 싶었다"며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7일 인천시에서 주부 손모(34)씨가 아파트 14층에서 세 자녀와 함께 동반 투신하는 등, 지난해 7월 이후 부모 손에 자녀가 희생된 사건은 전국에서 모두 12건에 이른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어린 자녀가 23명이다. 생활고.사업실패.주식투자.카드빚 등이 원인으로, 자녀와 동반자살하는 부모들 대부분 절망과 좌절을 딛고 재기할 수 있는 30대라는 점에서 여론의 비난을 얻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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