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땅 잃은 학교체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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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록이 우거지는 5월의 문턱에서 스포츠시즌은 본격화되고 있으나 체육계는 한겨울의 침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엘리트스포츠의 근간인 학교체육이고사(고사) 위기에 처해 있으나 문화체육부를 비롯한 체육계가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스포츠는 그동안 정부의 엘리트스포츠 장려청책에 힘입어 서울올림픽 4위, 지난해 바르셀로나 올림픽7위등으로 국위를 선양하면서 세계스포츠강국으로 부상했다.
스포츠 저변인구의 절대부족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오늘날 세계스포츠의 강호로 뛰어오를수 있었던 것은 종신체육연금등의 당근정책에도 힘입은바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초·중·고·대학의 학교스포츠가 강했기 때문이다.
빈약한 재정형편속에 그동안 학교체육이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뒷받침이라기보다 학부모들의 지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체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둘러싼 체육특기자 혜택문제로 일부에서 잡음이 일어 사회문제화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교육부는 학교팀들에 대한 기부금 모금행위를 일절 금지한다는 조치를 내렸고 이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 올 들어 초·중·고·대학팀들의 해체가 잇따라 4월중순까지 1백30여팀에 다다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농구·배구·탁구등 44개 경기단체는 이같은 현상을 중시, 대한체육회를 통해 정부에 대책을 세워줄 것을 건의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이민섭(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고교내신에 체육활동을 포함시키는등 학교체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학교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문화체육부는 이달초 교육부와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양부처간 회의를 제의했으나 교육부가 최근 대학입시 부정문제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데다 담당부서장들의 대폭적인 교체로 당분간 이 문제 자체의 논의조차 어렵게 되어있다.
학교체육 과연 이대로 좋은가, 답답하기만 하다. <임병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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