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비화] 비와 소지섭의 숨은 은인 이정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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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캐스팅은 21세기 대중문화계의 중요 코드인 한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류 열풍의 중심을 차지한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인연이 엇갈리는 과정에서 한류 스타의 향방이 결정됐다.

'겨울연가' '가을동화' '대장금' '풀하우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한류 열풍의 중심에 놓인 작품들엔 모두 숨겨진 캐스팅비화가 있다. 웃는 이도 있고 한숨 짓는 이도 있다.

■비와 소지섭의 은인 이정재
 
비는 '월드 스타'다. 소지섭은 차세대 한류 스타 중에 으뜸으로 꼽힌다. 그런 두 사람에겐 숨은 은인이 있다. 다름아닌 이정재다. 비와 소지섭은 이정재가 아쉬운 사정으로 출연을 포기한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지금의 위상으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비는 가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무렵 KBS 2TV '풀하우스'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스타'로 우뚝서게 됐다. 당시 비는 '풀하우스'의 표민수 PD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출연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표 PD는 "이정재와 캐스팅 논의중이다. 만일 이정재 캐스팅이 무산될 때까지 기다려준다면 고마운 마음으로 비와 논의하겠다"고 했고 비는 기다렸다.

결국 이정재는 영화 '태풍' 촬영을 앞두고 이에 전념하겠다며 '풀하우스' 출연을 고사했다. 비는 '풀하우스'의 범아시아적 인기 덕분에 아시아 투어 가수 활동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월드 스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마니아형 연기자였던 소지섭이 폭넓은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였다. 그런데 이 작품 역시 주인공 내정자는 이정재였다. 이번에도 이정재에게 걸림돌은 영화 '태풍'이었다.

촬영이 예정보다 많이 미뤄진 탓에 이정재는 '태풍' 촬영을 위한 준비에 전념해야 했다. 이형민 PD는 '상두야 학교가자'에서 함께 했던 이동건에게 SOS를 쳤고 출연이 확정되는 듯했지만 소속사와 의견 대립 끝에 이동건 출연이 무산됐고 소지섭에게 주인공이 돌아갔다.

■이영애·최지우·송혜교 트로이카 한류 미녀스타의 행운, 그리고 송윤아·김희선의 한숨
 
이영애·최지우·송혜교는 여자 한류 스타 중 최고로 손꼽히는 트로이카다. 이영애의 MBC TV 사극 '대장금'과 최지우의 KBS 2TV '겨울연가', 송혜교의 KBS 2TV '가을동화'는 한류 열풍을 상징하는 드라마로 기록돼 있다.

'가을동화'가 한류의 문을 열었다면, '겨울연가'는 한류 열풍의 정점을 찍었고, '대장금'은 가장 한국적인 한류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들 트로이카는 다른 톱스타가 길을 비켜준 덕분에 최고 한류 스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가을동화'의 연출자 윤석호 PD는 여주인공으로 김희선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웨딩드레스' '프로포즈' 등의 드라마에서 남다른 인연을 맺었기에 윤 PD는 계절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을 여주인공으로 김희선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당시 심경이 복잡했던 김희선은 출연을 포기해 윤 PD를 서운하게 했다. 결국 윤 PD는 '순풍산부인과'에서의 10대 이미지때문에 별로 좋은 카드로 여겨지지 않았던 송혜교를 발탁했고 송혜교는 가슴저린 눈물연기로 범아시아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됐다.
 
최지우 역시 '겨울연가' 여주인공의 1순위는 아니었다. 1순위는 다름아닌 이영애였다. 윤석호 PD는 자신의 연출작 '파파'에서 연인 호흡을 맞췄던 배용준과 이영애를 '겨울연가'의 주인공으로 재회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영애는 당시 '공동경비구역 JSA' '선물' 등으로 영화계에서 활약중이었기에 윤 PD의 제의를 고사했고 배역은 최지우의 차지가 됐다. 최지우는 '겨울연가'로 '지우히메'라는 별명을 얻으며 최고 한류 스타가 됐다.


 
'겨울연가'를 고사한 이영애가 '대장금'으로 최고 한류 스타 대열에 합류하기엔 꼬박 2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송윤아의 고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소 "송윤아야말로 사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해온 이병훈 PD는 '대장금'에서도 송윤아에게 먼저 제의했다.

송윤아는 고심 끝에 고사했고 이영애가 극적으로 대장금으로 합류했다. 송윤아는 아쉽게 기회를 놓친 셈이다. 송윤아는 '주몽'의 여주인공 소서노 역도 1순위였다. 최완규 작가는 제목을 '소서노'로 하겠다고 극진한 대우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윤아는 이 역시 고사했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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