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국민연금, 뛰는 공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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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잘나가는 공제회=한국교직원공제회는 23일 현재 7945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고 26일 발표했다. 7개월도 안 돼 연간 목표 실적(7905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최근 수익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상반기에만 20.1%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며 “이익을 많이 낸 만큼 회원들에 대한 혜택을 크게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여유가 생긴 교직원공제회는 8월부터 목돈·퇴직생활·종합복지급여와 같은 3개 상품의 이자율을 5.25%에서 5.5%로 인상키로 했다. 교직원공제회가 이 같은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9월부터 채권투자 비율을 줄이는 대신 주식 비중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2004년 16%에 불과했던 주식 비중은 최근 67%까지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채권 비중은 82%에서 30%로 줄었다. 공제회 관계자는 “세계적인 금리 상승 기조에 따라 채권수익률은 하락하는 반면 주식시장은 저점을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도 2004년 주식 비중을 서서히 높이기 시작해 올 상반기에만 각각 13.6%, 8.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각종 연기금의 투자 실적은 공제회에 크게 못 미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 3월 말 현재 수익률은 5.77%에 불과했다. 상반기에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채권에 금융자산의 87%를 투자한 반면 주식 비중은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기금(10.9%)과 사학연금기금(9.1%)을 제외한 연기금의 수익률은 4∼5%대에 머물렀다.

 ◆연기금 운용방식 바뀌어야=구성원들의 합의로 설립된 사적 단체인 공제회에 비해 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은 투자 제약이 많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주식에 과감하게 베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운용 체계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비효율적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운용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 인력은 68명으로 단순 계산으론 1인당 운용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미국(1조2000억원)·네덜란드(6000억원)보다 훨씬 많다. 반면 수익률은 미국(캘퍼스)이나 네덜란드(ABP)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최근 해외투자 확대를 위해 글로벌 투자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파생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고쳤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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