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학사 「정답장사」 수사확대/입시브로커 통해 대량유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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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승혜씨에 복사본 “판매”/받은 돈은 “세탁”… 범행수법 치밀/출제때 두김씨 통화·외출 자유로워
대입학력고사 정답유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형사3부(송광수부장검사)는 김광옥장학사(50)가 당초 진술과는 달리 92학년도 전·후기입시 및 후기대 재시험 등에서도 정답을 빼내 김종억장학관(58)의 아들을 부정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김 장학사가 정답을 빼낸뒤 다른 응시자에게도 대량 유출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 장학사가 입시브로커를 통해 「정답 분양」을 했을 것으로 보고 김 장학사의 주변인물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21일 밤 김 장학사가 소유한 서울 도봉구 수유동 영빈장여관과 김 장학관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경리장부와 예금통장 등을 찾아내 재산관계를 추적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장학사의 범행이 내부직원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올해 출제관리부 대표인 국립교육평가원 홍순철연구관을 21일 소환 조사하는 한편 22일 당시 보안요원 9명 전원을 소환조사중이다.
◇대량유출=검찰은 김 장학사가 93년 후기대입시 문제지 시쇄본을 수령하러 가던 올 1월23일 정답을 빼냈다고 진술한 반면 이를 건네받은 학부모 한승혜씨는 시험 3일전인 같은달 26일 김 장학사의 부인으로부터 정답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어 김 장학사의 부인이 이 3일간 다른 학부모를 상대로 정답을 팔아넘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씨에게 넘겨진 정답이 적힌 메모지는 복사본인 것으로 밝혀져 만약 한씨에게만 정답을 전달하려 했다면 원본을 주면되지 굳이 범행이 탄로날 위험을 무릅쓰며 정답을 복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이같은 대량유출 혐의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 장학사의 부인이 한씨로부터 3억원을 건네받은 즉시 이를 자금추적이 어려운 무기명예금증서(CD)로 바꾸는 등 치밀함을 보인 점으로 미루어 추가 범행의 심증을 굳히고 있다.
검찰은 김 장학사의 여관을 2억원에 임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씨(40)를 22일 소환,이씨가 별다른 직업없이 어떻게 보증금 2억원을 마련했으며 그랜저승용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재산을 모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이씨가 도피중인 김 장학사와 긴밀한 연락을 했고 사건이 표면화되기 직전 자신의 이름으로 김 장학사 소유의 여관을 3억원에 근저당 설정해준 사실을 중시,이번 범행에 이씨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협조=두 김씨는 검찰조사 결과 보안요원의 체크없이 입시출제본부에 설치된 전화를 마음대로 사용했으며 외출도 자유롭게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정답을 복사하는 통제실 출입때 보안요원의 몸수색을 받아아 햐는데도 한차례도 받지 않았었다.
특히 김 장학관은 92학년도 전·후기입시에서 김 장학사에게 부탁,유출된 정답으로 아들이 대학에 부정합격해 김 장학사의 범행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다음해인 93학년도 입시관리에서도 김 장학사를 기획위원회에서 제외시키지 않아 사실상 또 한차례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김 장학사가 90년 11월20일 91학년도 전기대 입시출제본부가 차려지기 한달전인 같은해 10월 학부모 한씨로부터 이미 3억원을 건네받은 것을 확인,김 장학사가 정답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획위원에 내정된 사실을 알고 귀띔해준 내부인물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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