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룡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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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선수들의 칭찬에 인색하던 육상계가 모처럼 한복소리로 김재룡(김재룡·27)의 보스턴마라톤 2위골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모두들 첫마디가『기록과 관계 없이 아주 잘 뛴 레이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제 김재룡도 마라톤의 이력이 붙을만큼 붙어 어느대회에 나가도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석과함께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김재룡은 마라톤 풀코스에는 조금 늦게 입문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소속팀의 필요에 의해 스피드등 기본기가 갖춰지기전에 풀코스에 성급히 도전, 곧바로 한계를 맞곤했다. 그러나 김은 5천m·1만m에서 완벽하게 스피드를 다듬고 난후 마라톤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87년 조일마라톤에서 우승해 각광받기는 했으나 이후 국내무대에서 좌절을 거듭하며 중장거리에 주력하다 23세때부터 마라톤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마라톤의 기본기는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도 5천m·1만m에 관한 한 김은 국내현역선수중 단연 선두다. 1만m기록이 28분대 이내에 들어야만 2시간10분이내 진입이 가능하다는게 육상계의 정설. 김의 경우 스피드는 물론 엄청난 지구력과 체력, 여기에 풀코스 10회도전이 말해주듯 관록까지 붙어 어느대회에 나가도 입상권에 들 수 있다는게 최윤칠(최윤칠)진로감독의 설명.
지난90년 북경아시안게임 남자1만m에서 현재 마라토너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것은 김의 스피드가 궤도에 올라섰음을 반증한 것.
김재룡의 달리는 스타일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주법이지만 철저히 힘을 바탕으로 한 파위스트라이드. 체력이 좋고 막판스퍼트가 뛰어나 이번 보스턴마라톤에서도 막판까지 선두그룹에만 붙어줄 경우 선두그룹의 페이스에 따라 한국최고기록경신도 기대됐었다.
전남 고흥출신으로 1m72cm·60kg인 김은 농사를 짓는 김기혁(김기혁)씨의 2남2녀중 장남.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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