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범유착」 드러난 교육부/김석현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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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부가 학력고사 정답을 유출한 김광옥장학사(50)를 검찰통보전 미리 도피시켰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공범인 수험생 가족들도 그를 통해 검찰의 수사착수를 알고 달아났다.
일련의 교육계 비리와 관련해 「뼈를 깎는 고통」 운운하며 거듭나기를 다짐한 장관의 대국민담화 바로 다음날 아침의 일이다.
자살기도후 붙잡힌 수험생 아버지 함기선씨(52)의 검찰진술에서 확인된 교육부의 후안무치한 배짱(?)에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그뿐 아니다.
17일 중앙일보의 첫 단독보도에 이은 18일 아침 두번째 특종보도로 「범인이 91학년도부터 3년연속 출제관리일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 전까지 교육부는 김 장학사가 출제관리업무를 맡은 것은 「93년 한해뿐」이라고 태연히 거짓말을 읊어댔다.
결정적인 축소기도 증거가 된 셈이다. 더구나 엉성한 자술서 한장만 받아놓고 무려 19일씩이나 범행사실을 감춘 이유는 『추가보완조사 때문』이라고 우긴다.
당사자 추가조사는 물론 소속 국립교육평가원측에 대한 공모여부조사도 전혀 없었음이 드러난 지금까지도 진실을 털어놓기보다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똑같은 변명을 되풀이 한다.
한술 더 떠 당일 이같은 내용을 장관에게 공식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비서관은 『장관님 사생활보호를 위해…』라는 이유로 전화연결조차 거부했다.
사태의 심각성이나 국민의 분노정도를 읽지 못하는 우둔함,또는 과잉충성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최근 가뜩이나 위축된 교육부의 입지가 사건의 공개로 또다시 입게될 큰 타격을 다같이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우를 범하고 말았다.
해당 관리들은 오늘 맞게된 「큰비」의 의미가 뼛속까지 흠뻑 젖어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부는 당장은 아프더라도 넓게 도려 내야 한다.
묵묵히 일하는 다수 동료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교육부는 범인은닉·도피·방조라는 범죄를 저지르며 수사를 방해했다.
「관­범유착」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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