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대 트렌드 들여다보니…'일자리 안 느는 성장'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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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삼성경제연구소가 7일 밝힌 올해 국내 10대 트렌드 중 으뜸이다. 경기 양극화란 수출과 내수 간, 정보기술(IT)과 비 IT산업간 격차를 뜻한다.

수출과 IT산업은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성장세를 보이나 국내 소비와 비 IT산업은 투자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위축된다는 얘기다. IT와 비 IT산업 간의 성장률(각각 12%, 3%) 격차는 9%포인트로 전망됐다. 지난해(5%포인트)보다 더 커진다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올들어 한국은행과 채용정보업체 등에서도 이미 지적한 내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를 올해의 가장 큰 트렌드로 봤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고용 형태로 굳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고용 없는 성장은 앞으로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가계 부실의 진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주요 트렌드로 꼽혔다.

특히 이로 인해 가계대출이 억제됨으로써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우려했다.

'1강(强) 2중(中) 체제'도 눈여겨봐야 할 시장 특성이다. '빅3의 법칙'이 무너지고 선두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강'은 경기가 위축될수록 두드러진다.

내수가 꺾인 2002년 하반기부터 이런 상황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소 측의 분석이다. 예컨대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독일 인피니온 간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2000년 1.1배에서 지난해 1.5배로 커졌다.

또 기업들이 웰빙(well-being)을 키워드로 저지방 식품.공기청정기 등 건강을 추구하는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올해도 웰빙 소비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밖에 ▶4월 고속철도가 개통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빨라지고▶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 혼선과 경제부담이 예상되며▶북핵 문제로 국가 위험도가 지속되는 점 등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트렌드는 경제성장률 소폭 둔화, 지방분권화, 주5일제 도입과 신 노사문화, 고령화의 급진전 등이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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