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에 「인종화합의 시」쓴 교포 여고생 이지윤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나는 멀리서 온 당신
나는 당신에게 한줌의 햇빛을 주려고 합니다
어둠을 걷기 위해, 미국에 얼굴을 주기 위해…(중략)
당신은 우리의 얼굴에서 LA폭동의 밤을 봅니다
두려움, 고통, 그리고 분노로 얼룩진 그런 얼굴…
이제 나의 심장은 당신의 심장처럼 고동칩니다
나의 가슴은 당신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 받고 싶고 , 사랑을 주고 싶어합니다. (중략)
이 글은 로스앤젤레스 소재 이매큘리트 여고1학년에 재학중인 15세 한인 줄리 리 (15·한국명·이지윤)가 쓴 영시를 발췌, 번역한 것이다.
폭동의 상흔이 아직도 한인들의 가슴속에 맺혀있는 가운데 인종적 편견을 담고 있는 영화 『폴링다운』의 개봉으로 한인들은 또 한차례의 분노감을 느껴야했다.
줄리 리는 폴링다운같은 할리우드 영화로 한인에 대한 편견적인 이미지가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굳어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이 시를 쓰게된 동기를 설명한다.
나는 멀리서 온 당신이란 제목의 이 영시는 글쓴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용 속에 담겨있는 뛰어난 문학적 감각과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로 인해 지난 3월 각종 토론대회를 주최하는 단체인 웨스턴 베이 퍼렌직리그 (WBFL) 가 주최한 시낭송대회에서 당당히 1위의 영예를 차지했고, 4월5일자 LA타임스 메트로의 커뮤니티 독자란에 전문 게재돼 인종을 초월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줄리 리는 한편의 시가 가져다준 개인적인 영광보다도 이 시를 읽고 공감과 격려를 표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에 더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LA정형외과협회의 드네인 키온 디렉터씨는 줄리 리에게 『그처럼 감동적인 시를 쓴데 감사하며, 더불어 살수 있는 LA를 재건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는 편지를 보냈고, 48년전 유럽에서 이민와 LA에 정착한 루이 델로핀씨는 구이민자로서 한인들이 겪는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 이제 누군가가 한인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아름다운 시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한편 줄리 리의 어머니 이정진씨는 『줄 리가 국민학교 3학년 때 이민 와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무척 고생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어려서부터 스스로 일기라든가 산문 등의 글쓰는 취미를 길러왔다』 고 대견해 했다.
장래 희망으로 문학가 또는 저널리스트가 되고싶다고 말하는 줄리 리는 LA다운타운에서 자영업을 하는 아버지 이정국씨의 맏딸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제이슨을 몹시 귀여워한다.【 로스앤젤레스=이정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