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불만 무시하는 기업은 발전 못해""정부·사업자편만 든다"는 오해불식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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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소비자들이 왕왕거리며 떠드니까 귀찮아하며 소비자 불만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결국 무너져 내리고 말 것입니다.』
13일 취임한 김인호(51)제5대 한국소비자보호원장은 소비자와 기업을 대립·적대의 관계로 보는 일부 시각에 날카로운 메스를 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의 경제사정이 좋지않은 만큼 앞으로 환경운동과 함께 소비자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 우려에 대해『그런 시각이 있을 수도 있으나 경기침체의 원인을 바로 보면 그것은 그릇된 관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침체가 순환적이거나 수요가 없는데 원인이 있다면 소비자활동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문제는 국제경쟁력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5년간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우리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활동이 기업의 입맛에 쓰게 느껴지겠지만 결국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보호원이 87년 출범한 이후 줄곧「정부나 기업의 편을 든다」는 민간 소비자단체들의 오해(?)를 불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기획원출신 김원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러나 그는 이 문제에 관해『정부기관의 산하단체인 만큼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혀 기업과 소비자간의 교량역할을 어떤 색깔로 어느만큼 해낼지 궁금하다. 『경제기획원 물가국장재직때 소보원 설립의 산파역을 맡았던 인연때문인지 애착이 간다』는 김원장은『소비자를 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정도의 소극적·수동적인 차원에 머물러있는 소비자 보호업무를 포괄적·능동적 차원으로 끌어 올릴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환경처차관을 지내기도 한 그에게 떨어진「발등의 불」은 이달말 또는 다음달 초 서울 염곡동1천3백평부지에 짓기 시작할 소보원가족들의「스위트홈」(독립청사)을 차질없이 마련하는 일.
또 민간 소비자단체의 공표권 허용문제와 의료·금융·공공서비스·보험등 소비자 문제의「사각지대」에 대한 슬기로운 대응도 그에게 맡겨진 중요한 과제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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