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는 다시 태어나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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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재향군인회는 조직이 관료화내지 준군대화되어 성역을 이루고 있으며 여러가지 비민주적인관행으로 파행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첫째, 조직의 민주성 결여다. 재향군인회는 현역의 연장이 아니다. 그리고 특정 군종이나 상위계급 출신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따라서 그 조직의 구성원은 불특정다수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민주적인 절차나 제도에 따라 합법적으로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4백60여만명의 대표인 재향군인회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에 의해 지명된 자를 임명하기 위해 여타 입후보자를 사퇴시킨 다음 요식행위에 불과한 총회를 소집, 단일후보를 박수로 옹립해온 비민주적인 방식이 합리화되어 왔다.
또한 본부임직원과 사업체의장도 육군장성 출신 및 그 친위세력으로 독과점되고 있어 비장성·비육군출신 회원의 소외와 차등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둘째, 정치적 어용단체로서의 행태다. 재향군인회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대통령의 도구나 사법이 아니다. 재향군인회법 제3조에 따르면 정치활동을 금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법 제1조에는 재향군인회의 목적을「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와 조국의 독립 및 자유수호」로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회원 전체의 뜻에 반하는 관제여론조성·비자발적지지·규탄시위와 선동 등 사이비 안보활동의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셋째, 조직의 재정적 불투명성이다. 총자산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재향군인회의 자산은 5조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산하 11개 사업체의 수익금과 향군본부매머드빌딩의 시설 임대차 수입금의 액수 등이 회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 재향군인회도 과거의 모든 폐습을 청산하고 그 위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감독관청이 국방부에서 보훈처로 바뀐 것은 재향군인회가 회원의 복지와 권익신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인 것이다.
특히 지도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통성과 도덕성을 겸비한자라야 할 것은 물론이고. 각 사업체의 임직원도 위인설관이나 논공행상식으로 임명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기업의 경영능력과 자질이 있는 자를 회원 중에서 공개 채용하여 적재적소의 인사관리원칙에 따라 보직하는 합리적인 관행이 확립되어야 흑자경영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 정부의 변화의 대세에 발맞춰「윗물 맑기」운동이 진척되고있는 이때, 재향군인회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선호<한국전략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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