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갈래로 갈린 등록금 투쟁(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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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9일 오후 1시 홍익대 학생회관 앞 광장.
「등록금투쟁 보고대회」에 모여든 3백여 학생들의 우렁찬 박수속에 연단에 오른 학생처장 이두식교수(47·서양화)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전날 학생회측과 합의한 공동성명서를 낭독했다.
『학생대표가 제의한 등록금 인상률 6.79%와 학교측 인상률 15%와의 차액 32억원을 시설 확충,공간확보 등 학생들 건의한 교육환경 개선에 우선 사용한다.』
낭독을 마친 이 교수는 총학생회장 양동유군(24·토목4)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며 굳은 악수를 나눴다.
총학생회 간부진의 단식농성과 3천여 학생들의 등록금 미납사태 등 한달여에 걸친 「투쟁기간」중 쌓았던 사제간의 갈등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측과 학생회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재단전입금이 전무한 실정에서 교수·학생의 공동노력만이 학교를 되살릴 수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서로 한발씩 양보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총학생회 사무국장 이은걸군(24·판화4)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시각에 연세대 본관 총장실에서는 축제분위기 속의 이웃 학교와는 달리 교수·학생간에 낯을 붉히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등록금 협상이 결렬되자 1백여명의 학생들이 재단전입금 30억원 추가확보 등을 요구하며 8일 오후부터 총장실과 재단사무처를 점거,무기한 농성에 들어가 교수·학생간의 긴장이 극도에 달한 것.
『권위만을 내세우는 교수님들과는 애당초 대화가 안된다』는 학생들과 『연례행사처럼 학기초마다 등록금 문제를 내세우는 학생들의 속셈은 딴곳에 있다』는 학교측 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미 깊은 불신의 골이 패어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두 학교의 등록금 투쟁은 너무나 대조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장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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