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유지에 “첫발”(파장 클 PKO파병: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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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독자적 참여… 수혜국서 지원국으로/인적기여로 한국 발언권 강화 예상
한국이 유엔의 평화유지군에 참여한다. 외무부가 7일 유엔에 소말리아평화유지군(UNOSOM)에 공병 1개 대대를 파견하겠다고 통보함으로써 한국이 유엔회원국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유엔은 이 통보에 근거,한국에 공식 파병요청을 하게되며 헌법 60조 규정에 따라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미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사전협의를 거친 결정이고 협의과정에서 심각한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아 국회동의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소말리아에 파병하는 것은 정부 수립이래 처음으로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정부는 한국전쟁때 유엔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붕괴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 한국도 유엔의 지원을 받는 신생국에서 국제기여를 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소말리아는 이탈리아와 영국으로부터 60년 독립해 내각제 민주주의를 실시했으나 69년 바레소장이 쿠데타로 집권해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그러다 91년 경제난으로 반란군(USC)이 쿠데타로 임시정부를 세웠으나 마디가 임시대통령에 선출되자 USC내 최대 파벌인 아이디드간에 내전이 발생했으며,11개 정파 외에도 헤아릴 수 없는 무장세력이 각 지방을 분할하고 있다. 여기에 가뭄까지 겹쳐 지난해 총인구 6백50만명중 35만명이 사망하고 2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등 기아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유엔은 지난해 4월 안보리 결의로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을 설치했으나 극심한 무정부 상태로 구호물자의 80%가 무장괴한들에 약탈당하는 등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평화유지군으로는 임무수행이 어려워져 다국적군을 투입했다.
이제 구호품을 안전하게 수송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다국적군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지난달 15개 정파가 참여하는 소말리아민족화합회의는 과도정부 구성과 유엔감시를 받는 총선실시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 따라서 시간은 걸리지만 소말리아 정세는 안정돼 갈 것으로 보인다.
냉전이 끝난뒤 세계질서는 유엔의 활동을 중요시하고 있고,특히 국제평화 유지에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 등이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하기 위해 PKO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노력하고 있다.
또 유엔에서 발언권을 갖기위해서는 유엔에 대해 기여해야 하며,특히 인적기여가 중요시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이 걸프전에서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하고도 인적기여가 없어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한데서 입증된다. 한국 역시 수송기와 의료지원단을 파견했으나 쿠웨이트 재건활동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유엔평화유지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유엔회원국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나가는 출발점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월남전에 참여했지만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쿠웨이트에 수송기와 의료단을 보낸 것도 유엔군이 아닌 다국적군을 지원한 것인데다 비군사부문 지원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이번에도 공병대대를 보내는 것은 후방병참 지원이긴 하나 자체 방어능력을 보유하고 간다는 점에서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를 하는 것인데다,유엔과의 직접 교섭에 의해 유엔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는데서 종전의 「종속적」인 파병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독자적인」참여라는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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