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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데이빗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칼럼니스트 이언 데이빗슨은 프랑스 총선에서 사회당이 패배한 이유를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와 맥을 같이한다고 분석하고『사회당은 새 지도자와 새 이념으로 무장할 때 회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그의 칼럼 전문.
프랑스 총선에서 사회당이 참패하게된 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정부가 10·6%나 되는 실업률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정부내 부폐스캔들과 사회주의 이념을 저버린 데다 사회당이 우파의 경제정책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인이야 어쨌든 총선 결과는 정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교훈을 줄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바닥에서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한다. 사회당이 프랑스 정계에서 예전처럼 중요한 역할을 떠맡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와 메시지, 나아가 새로운 당명이 요구된다.
사회당의 부심과 함께 해 온 미테랑 대통령은 76세의 고령으로 당 재건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이는 「사실상」차기 대통령 후보인 미셸 로카르 전 총리나 자크 들로르 유럽공동체(EC)집행위원장이 물망에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 지도자에게는 새로운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사회당은 83년과 88년 두 차례에 걸쳐 불필요한 사회주의 유산들을 버렸다. 이제는 새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로카르 전 총리가 공산당뿐 아니라 온건 중도파를 망라하는 중도좌파로의 재 창당을 주창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으나 여전히 그의 강령이 뭔지 불투명하다.
사회주의자들이 구태의연한 유산을 포기했던 근본적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본가 대 프로레타리아」라는 시대에 뒤쳐진 계급주의적 정치이념이 오늘날의 다양한 사회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부적절했다.
두 번째는 아무도 사회주의 이념을 더 이상 믿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사회주의가 구소련에서는 결국 파국만을 초래했고, 서구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사회주의가 국유화와 통제경제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있다는 반론도 있다. 사회복지와 건강, 주택, 교육 등 사회적 도덕적 관심사를 확산시켜 자유와 평등, 형제애를 어느 정도 실현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런 관심사들이 역사적 물결의 반대편에 서있다는 점이다. 부의 불공평한 분배에 대항하는 일이 사회주의자들의 신조였다. 그러나 오늘날에 필요한 것은 부의 창조이며 오늘날의 재앙은 구조적인 실업문제다. 사회주의자들은 약자와 실업자 등을 사회가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오늘날의 과제는 이런 명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돈을 마련하는 일이다.
네덜란드의 중앙계획위원회는 지난해 향후 25년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3개의 보호주의 블록으로 분리돼 무역전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90년대에 새로운 정치적 메세지를 만들어 내려거나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정치지도자에게 있어서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전망일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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