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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세태 풍자 … 우상 폭로 … 진기한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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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좋은 책 한 권이 대학보다 낫다”라고 한 이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질마저 눈부시게 발전한 요즈음에야 그럴 수 없다. 굳이 베이컨이 말한 책에 가까운 것을 들자면 사전류겠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정리한 사전은, 정보도 주려니와 어디를 읽어도 좋기 때문에 더운 여름날에 적합한 읽을거리다.

『악마의…』는 일반적 의미의 사전은 아니다. 정확히는 우화집이나 온갖 분야를 다뤘기에 풍자사전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지은이는 19세기 미국에서 활약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사후에 전집이 나왔을 정도니 당대엔 꽤 문명(文名)을 날린 모양이나 국내에선 『악마의 사전』만 번역돼 나왔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껴가며 보는 책이다. 신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낱말풀이 덕이다.

 이 책은 그와 달리 정치인·종교인·세상 인심 등을 비트는데 쓴웃음이 나오면서도 “아하!”하는 감탄이 나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공무원’ 편을 보자. 공직에 나선 남자가 번개에게 추월 당했다. 번개가 그의 옆을 지나쳐 가며 말했다. “봤죠? 내가 당신보다 훨씬 빠르다고요.” “알아. 하지만 내가 얼마나 더 오래 버티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걸.” 자리를 한 번 꿰차면 복지부동하며 버티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공무원을 따라갈 수 없음을 비꼰 글이다.

 『악마의…』가 행정부나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 운운하는 요즘 논란을 연상시킨다면 『비밀과…』는 학력위조 큐레이터 사건과 연관 지어 읽을 만하다. 동서고금에 거짓말이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에이즈 진단법 중 하나인 표준 엘라이자 테스트는 싸고 결과가 빨라 많이 이용된다. 그런데 영국 탐사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이 테스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의학자들이 많다고 전한다. 1991년 러시아에서 이 테스트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3만 명에게 좀더 정확한 웨스턴 블롯 검사를 한 결과 그 중 66명만이 양성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20세기의 성인으로 추앙 받는 인도의 간디도 이 책에 따르면 이중인격자다. 영국에서 유폐 생활을 하던 중 부인이 폐 질환에 걸렸는데 간디는 자신의 신념을 내세워 항생제 치료를 반대했다. 그 결과 그의 아내가 사망했지만 2~3주 후 말라리아에 걸린 간디 자신은 서슴없이 치료제인 키니네를 복용했단다.

 더욱 가관인 것은 거짓말탐지기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를 ‘쓰레기 과학’으로 간주하며 미국 군사법정이나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단다.

 더위에 겨워 이런 책들마저 부담스럽다면 『괴물딴지…』를 펼쳐들자. 예수와 유다의 모델이 같은 인물이었다는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 괴담에서 남태평양 하이아이아이 군도에서만 서식했다는, 코로 걷는 생물 비행류(鼻行類)까지 진기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가 가득하다. 역사, 공포, 외계인, 음모론 등으로 나뉜 120여 가지 이야기는 일단 재미를 보장한다. 국내 최대 오컬트 사이트 ‘괴물딴지’의 운영자가 썼는데 믿고 안 믿고는 독자가 선택할 일이긴 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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