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당근이냐 채찍이냐”/IHT지 상반된 견해 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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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찰거부 국제압력 강화 필요 채찍론/경제지원으로 탈퇴 번복 유도 당근론/“군사대응 해결책 안돼”일치
『당근인가,채찍인가.』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북한 영변 핵단지내 2개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끝내 거부하는 한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내보임으로써 마침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는 지경까지 온 북한 핵문제. 과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근으로 달래야 할 것인가,아니면 채찍을 들 것인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지난달 31일자에는 국제전문가 2명의 상반된 견해가 나란히 실려 관심을 끌고있다. 미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객원교수인 미첼 라이스교수는 회유보다는 강경책을 문제해결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영국 런던에 있는 검증기술정보센터의 패트리셔 루이스소장은 현재의 북한 경제실상에 비추어 조그만 당근을 주더라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회유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반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군사행동이 해결책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에 두사람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다음은 두사람의 기고문 요지.
◆채찍론(미첼 라이스·미 우드로 윌슨국제센터 객원교수)
북한의 NPT탈퇴 발표와 특별사찰 거부로 동북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핵확산 중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뒷걸음질칠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군사행동이 채택 가능한 선택일 수 없다. 영변의 핵시설이 주한미 공군기가 손쉽게 폭격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행동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폭제조용 핵물질의 파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만큼 북한핵이 세계여론에 충격을 주고있는 것도 아니며 당사국인 한국이나 중국·러시아도 무력개입을 시기상조라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은 군사행동 이외의 다른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굳게 뭉쳐 북한의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엔안보리는 적절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 안보리는 북한을 비난하고 특별사찰 수락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에 특사를 파견,타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보리는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나 북한의 미미한 대외교역 수준에 비추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북한을 죄면 죌수록 핵기술을 외부에 팔고싶은 마음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북한의 의도가 핵카드를 이용해 투자와 외교관계에서 서방측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라면 이같은 방법이 역효과라는 점을 그들이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 빌 클린턴 정부는 예측가능한 장래까지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변함없는 남한 지지입장을 공개적으로 재천명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지난 91년말 남한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을 거부하는한 남북한 협력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해야 할 것이고,일본도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북한 투자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미국의 단호함을 요구하고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의 핵확산 금지의지에 대한 최초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당근론(패트리셔 루이스·영 검증기술정보센터소장)
북한의 NPT 탈퇴 결정 철회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절대적이며 그 열쇠는 미국·일본·중국 세나라 손에 달려있다. 당근을 줘가며 달래야지 채찍을 들어서는 안된다. 당근이 채찍보다 행동변화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대북한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적으로 북한을 조금만 도와주더라도 그 효과는 오래갈 것이다. 북한이 NPT 탈퇴를 철회하고 IAEA의 특별사찰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경제지원이 제공된다면 그 돈은 제대로 쓴 돈이 될 것이다.
IAEA 특별사찰 실현을 위한 포석으로 유엔사무총장의 위임을 받은 진상조사단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도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제재위협마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군사조치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폭격했을 때처럼 문제가 해결됐다는 그릇된 인식만 국제사회에 심어줄뿐 오히려 북한을 더욱 자극,핵계획에 몰두하도록 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가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무력사용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NPT체제의 유지를 위해서는 비핵보유국가들이 핵무기를 못갖도록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중국·영국·러시아·프랑스 등 핵보유국들도 핵감축을 위해 상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들은 결사적으로 핵무기에 매달리면서 이라크·북한같은 나라에 대해 어떻게 핵개발 야심을 포기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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