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국자 지문채취 첫날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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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정부가 5일부터 1백15개 국제공항과 14개 항만에서 외국인 입국자들의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개시하면서 조치대상이 된 입국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방문.이민자 신분인식 프로그램(US-VISIT)'으로 불리는 이번 조치가 미국민은 물론 미국을 찾은 외국인들까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입국자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입출국 수속이 지연될 우려가 커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비난의 소리도 높다.

5일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브라질인 카를로스 피멘타(36)는 "오른손.왼손 모두 검지 지문을 찍어야 하고, 사진촬영을 위해선 긴 줄도 서야 한다"며 "선의의 입국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당황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애미 공항으로 입국한 칠레인 몰리나(54)는 "세계는 미국의 테러 척결 의지를 이해하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외국인 입국자 7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새로운 조치의)처리속도가 빨랐다"고 답했으나, 뉴욕 JFK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유학생 김재용(16)군 등 일부 승객은 "입국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며 불평했다고 전했다.

톰 리지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공항에서 "미국은 방문자들을 환영하지만, 항상 안전을 중시해왔다"며 "이번 조치는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간편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피해갈 수 없는 기술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오전 5시30분~오후 6시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 2만7천4백20명이 새 신분인식 절차를 밟았으나 대규모 지연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보부 관리들은 "입국할 때 전보다 더 걸리는 시간은 10~15초에 불과하며 아무리 길어도 1분을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 조치를 통해 이날 입국자 3명이 미 정보당국의 요주의 인물명단에 오른 사실이 드러나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풀려났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일본.호주 등 비자면제협정을 맺은 28개국(표참조)에는 이번 조치를 적용하지 않아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사진설명>
미국 전역의 국제공항에서 대다수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지문채취 및 사진촬영이 시작된 5일 텍사스주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의 한 입국심사관이 멕시코인들의 입국심사를 하고 있다.[댈러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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