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발전 태권 쌍둥이 맞대결 “형제는 용감하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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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형만한 아우가 없는 것인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간에 치고 받은 「숙명의 한판 대결」은 29-28, 한점차의 우세승을 거둔 형의 승리로 끝났다.
30일 서울체고체육관에서 벌어진 대권도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플라이급준결승. 국내 격투기 사상 최초로 펼쳐진 박재성(박재성·한국체대4)-재완(재완·경상대3)형제의 이날 승부는 전례없던 일(?)이어서 관심을 집중시켰으나 예상보다 맥없이 끝났다.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소극적으로 맞서다 심판으로부터 세차례나 독려를 받은 이날 경기를 두고 관계자들은 「마치 거울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듯한(?) 이들의 심중」을 이해한다는 표정들.
부산출신으로 외항선 기관장인 박기태(박기태·57)씨의 아들들인 이들은 국민학교 1년때 나란히 태권도에 입문, 함께 소년체전·전국체전에 출전하면서도 체급을 달리해 맞대결을 피해 왔다. 동생 재완은 가장 가벼운 체급인 핀급으로, 형 재성은 플라이급을 선택해 이미 부산체고시절 동생은 전국체전 2연패, 형은 3연패를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아온 태권형제.
그러나 고교 3년때 동생이 탈장으로 1년을 쉬게 된 탓에 형은 한국체대에 진학한 반면 동생은 1년후 경상대에 진학했다. 동생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체중을 더이상 줄일수 없게 되자 형과 같은 플라이급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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