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점유율싸고 미일 신경전(해외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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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선이상 목표설정에 일거부/미선 다른상품까지 적용움직임
지난주 하와이에서 끝난 미일 반도체실무협의가 예상대로 결렬됐다.
미국이 일본에서의 외국반도체 시장점유율을 93년 평균 20%이상으로 할 것을 제의한 반면 일본은 목표수치의 설정에는 절대 응할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결렬로 미일간 새로운 반도체협상은 오는 6월 일본에서 갖기로한 정부간 협의 때까지 일단 미뤄졌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91년 8월 체결한 반도체협정(적용기간 91년 8월∼96년 7월)에서 92년말까지 일본시장의 외국계 반도체 점유율을 20%이상으로 높이기로 「약속」했었으며 이같은 약속은 예상을 뒤엎고 달성됐다.
하와이협의 직전 양국 정부가 발표한 작년 4·4분기의 시장점유율은 일본방식(상표에 의한 분류)으로 22.5%,미국방식(국적주의)으로도 20.2%를 기록했다. 양측 모두 「이변」으로 받아들인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일본의 불황에 따른 반도체수요감축(91년 2백25억달러→92년 2백11억달러)과 미국의 무역보복을 우려한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일본반도체 수요처들이 구매를 앞당기는 등 적극적으로 외국산 반도체 구매에 나선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목표달성으로 당장의 무역보복은 피할수 있게 됐지만 이같은 결과에 고무된 미국이 다른 주요상품에도 결과지향적인 「반도체방식」을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제까지 맺은 무역협정중 「목표를 설정한」 반도체처럼 좋은 결과를 낸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일본은 반도체에서 또다시 목표설정방식에 합의해줄 경우 자동차나 대형 공공사업 등 다른 부문에까지 확대돼 실질적으로 「관리무역」의 방향으로 갈 것으로 극히 우려하고 있다.
캔터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최근 이와관련해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먹을수 있는 과실이 있다면 이같은 목표설정방식을 진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반도체시장에서 보다 높은 점유율확보의 보장은 물론 앞으로의 미일통상협상에서 이같은 「반도체방식」을 확대 적용해 나가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측의 이런 자세에 대해 일본은 현재까지는 『수치를 명시하는 형태의 협정은 결코 맺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미국이 무역보복을 할 경우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제소 등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일본만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현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차제에 「양국간의 무역수지 자체를 관리하자」는 식의 발언까지 나오는 미국내 강경분위기로 볼때 어느정도 버틸수 있을지 일본 스스로도 내심 자신을 못하는 실정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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