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탄핵 「시민동맹」이 변수/보­혁 모두 부동표 설득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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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부결정 2/3선싸고 박빙의 공방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를 다룰 26일 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탄핵안 통과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과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탄핵안 표결결과는 이미 달궈질대로 달궈진 러시아정국에 기름을 끼얹게될게 뻔하다.
더욱이 인민대회 대의원중 보수파가 우위인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각종 반옐친 결의안이 단순과반수 찬성으로 채택됐던 데 반해 탄핵안은 재적대의원(1천41명) 3분의 2(6백94표) 이상의 찬성을 가결요건으로 하고 있어 어느쪽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민대회가 처리한 결의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열린 제7차 대회는 옐친대통령이 제안한 국민투표안을 찬성 51표·반대 7백40표,예고르 가이다르총리서리에 대한 총리인준 동의안을 찬성 4백68표·반대 4백86표로 각각 부결시켰다. 그러나 각료임면권과 정부부처 신설·폐지권을 최고회의에 두자는 보수파 대의원들의 결의안도 찬성 6백93표·반대 1백34표로 부결됐다. 이 안은 정부조직의 변경을 담고 있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했으나 1표 차이로 부결된 것이다.
이달 열린 제8차대회는 옐친대통령이 의회의 반발을 감안,수정제안한 국민투표안을 찬성,2백76표·반대 5백60표,권력분점안을 찬성 3백26표·반대 4백95표로 각각 부결시켰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 탄핵안을 정식의제로 상정하자는 강경보수파의 제안이 의결정족수 5백21표보다 40표나 모자라는 4백81표밖에 얻지 못해 무산됐다는 점이다.
이같은 표결결과는 인민대회내 세력분포를 어느정도 반영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부동표가 적지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강경보수파는 시민동맹으로 대표되는 중도보수파를 대부분 끌어들이고 3백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무정파의 부동표를 상당수 흡수하지 못하면 옐친탄핵이라는 목적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23일 열린 보수파모임에서 한 대의원이 『우리는 6백표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와서 탄핵전략을 되될릴 수도 없다』고 발언한 것은 보수파의 초조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수파 주도세력은 그동안 있었던 표결에서 단순과반수 찬성을 요하는 표결에서는 대의원들이 다소 해이해졌다가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뭉쳐왔기 때문에 표결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반면 옐친진영은 일찍부터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무시할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에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가능하면 부결시킨다는 계획아래 개혁파 대의원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특히 원내의석 40%를 오르내리는 시민동맹이 단일정파가 아닌 혼성정파이기때문에 공략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설득작업도 은밀히 병행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탄핵안 표결이 어느쪽으로 결판나더라도 가부결정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근소한 표차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전망이다.
따라서 일부 관측통들은 보혁쌍방이 승리를 장담못할 탄핵안처리 강행대신 극적인 막판타협에 이를지 모른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하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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