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열기시들 폐건전지함 "텅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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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단지 각동 입구마다 걸려있는 「폐건전지 수거함」중 상당수가 텅 비어 있다. 마구 버려지는 폐건전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91년부터 등장했던 수거함이 쓰레기분리 수거운동의 열기가 식으면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문정2동 패밀리아파트단지. 각동마다 폐건전지 수거함이 빠짐없이 걸려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주민은『거의없다』는 것이 지켜본 경비원들의 말이다. 부녀회등지역단체가 중심이 되어 폐건전지 수거운동을 활발치 벌였던 아파트의 수거함도 예전같지 않다. 91년3월 자발적으로 수거운동을 시작, 6개월만에 폐건전지 5백여kg을 모았던 서울 목동아파트11단지의 지난해 같은기간 수거량은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백여kg에 불과했다.
이처럼 별도로 수거되지 못하고 일반쓰레기에 섞여 처리되고 있는 가정용건전지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단추형 알칼리전지와 충전용 니켈·카드뮴전지. 전자계산기·사진기·휴대용게임기등에 많이 쓰이고 있는 단추형 전지는 전량이 대만등서 수입된 제품. 수은이 2.5-3.5%에 달해 선진국규제치인 0.025%의 1백배를 넘는다. 역시 대부분 수입품인 니켈·카드뮴전지에도 인체에 흡수되면 치명적인 카드뮴이 다량 들어있다.
폐건전지 수거를 맡고있는 한국자원재생공사는 수거함이 설치된 아파트를 정기적으로 방문, 건전지를 수집하는 한편 매달「재활용의 날」에 주택가를 돌며 주민들이 모아온 폐건전지를 kg당 1백원씩에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방식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가정용건전지는 불과 20t. 91년 한햇동안 쓰인 가정용건전지 1만6천여t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이다.
한편 전지수입업체들은 가정용전지에 대한 폐기물예치금이 낮은 점을 악용, 수거를 기피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일반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수거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셈이다. <강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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