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家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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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미국 현지 시각) 알 카에다의 미 본토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 테러 조직을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의 친인척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루 전에는 빈 라덴의 아들인 오마르(27)의 두 번째 결혼 사진이 서방에 공개됐다. 빈 라덴과 네 번째 아내인 나즈와 가넴 사이에서 태어난 오마르는 4월말 24살 연상인 펠릭스 브라운과 이집트에서 결혼했다.

지난해 초에는 빈 라덴의 조카인 와파 두파르(27)가 가수 데뷔를 앞두고 미국의 남성지 ‘GQ‘ 신년호 특집에 섹시한 모습을 선보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서방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의 친인척들이 이렇게 공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빈 라덴가의 사람들 대부분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빈 라덴과 의절을 공개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빈 라덴의 형제인 압둘 아와드는 사건 직후 아랍의 일간 지 ‘아시라크 알-아와사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가족은 그와 인연을 끊었으며, 알 카에다와는 일절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마르 역시 사건 직후 아버지와 의절했다. 미국에서 자란 와파는 아예 빈 라덴 가문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빈 라덴의 형제인 아버지 이름 대신 어머니의 성을 따 쓰고 있다.

빈 라덴 일가 친인척들이 신속하게 그와 의절하고 공개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워낙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빈 라덴 건설 그룹은 1990년대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대기업군 가운데 32위에 랭크돼 있을 정도다. 빈 라덴의 아버지인 세이크 모하메드는 국왕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로열 패밀리와 함께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친교를 맺게 했다. 또 일부 다처제의 영향으로 오사마 빈 라덴 대의 경우만 54명의 형제를 두었다. 그리고 집계조차 어려운 후세 가운데 상당수는 서방에서 자라거나 교육을 받았다. 가수로 활동 중인 와파는 “삼촌인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난 적이 없으며,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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