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종도 국제공항」재고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근래에 영종도 공항에 관심이 있어 2년 가까이 계속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영종도 공항은 조사하면 할수록 어처구니 없는 사실들이 발견되어 이 공항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한내용 중에서 일부만 요약하여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영종도공항은 입지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90년4월에 작성된 입지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종도 공항은 총공사비가2조3천억원이고 시화지구공항은 2조4천억원으로 계산되었으며 이를 기초로 영종도가 좋다고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 실제계획에서 영종도공항은 총공사비가 10조원으로 뛰었고 1단계 공사비만 3조4천억원으로 계산되었다. 그 1단계 공사에는 활주로 2본, 14만평의 여객청사, 8차선 고속도로, 복선전철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1단졔 공사비는 변경하지 않은 채로 사업규모만 절반으로 줄어 활주로 1본, 7만4천평의 청사, 6차선 고속도로에 전철건설은 제외되었다.
그런데 시화지구는 이미 간척사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방조제를 건설할 필요도 없고 교량이며 터널을 놓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영종도보다 공사비가 적을 것이란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영종도가 더 경제적인 것으로 계산되었다는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국에서는 영종도 공항이 대륙간을 2∼3시간에 나는 차세대 항공교통을 위한 동아시아 중심공항으로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승승객까지 포함해 현재 세계최대공항인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두배 규모인 연1억명을 수송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건설해야 하고 이런 특성 때문에 영종도에 건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항공교통의 추세는 중심공항에서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공항간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종도 공항은 김포공항을 약간 확장하는데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경우 해안 방조제, 1천4백만평의 뻘을 매립하고 지반을 다지는 공사, 5.1km의 2층연육교, 8km나 되는 해저터널을 비롯한 엄청난 부대시설을 해서 영종도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종도공항은 이런 불합리성을 무시하고 건설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공항을 성공적으로 완공하고 사용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아무리 첨단공법을사용해도 1천4백만평에 이르는 매립지를 매끈하게 마무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 매끈하게 마무리지어준공을 한다 할지라도 비행기가 이·착륙을 시작하면 그때 받는 엄청난 하중으로 지반은 다시 침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영종도에 대한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소음피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김포공항을 확장하거나 국제공항으로 계획됐던 청주에 다시 건설을 시작할 수도 있다. 시화지구로 옮기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오산·수원의 공군기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대안도 영종도보다 훨씬 싸고 환경피해도 줄이면서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