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냉각수가 1.2t이나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난 도쿄전력 소유 가시와자키 가리와(柏崎刈羽) 발전소 측은 "누출된 냉각수는 방사성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여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출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은 물론 내진설계 때 이번에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존재 유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산업상은 17일 가시와자키 원전을 긴급 점검하라고 명령하고, 각 전력회사에 현재 진행 중인 내진 안전평가를 앞당기도록 지시했다. 일 정부는 지난해 원전 내진설계 시의 기준을 개정, 이에 따라 전력회사들이 재평가 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 원전은 1988년 건설허가 당시 육지 쪽의 4개 단층을 고려한 내진설계 허가를 받았지만 이번 지진의 진원이 된 해저 활단층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니가타현에서 16일 오전 발생한 지진으로 인근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내 전기 공급용 변압기에서 화재가 났다. 이 원전은 지진 발생 직후 대형 진동이 감지돼 가동이 자동 정지됐다. 그러나 정기점검 중이던 원자로 6호기가 있는 건물에서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누출돼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가시와자키 AP=연합뉴스]
사고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원자로 지하에 설치돼 있는 지진계에서 680gal(중력가속도 단위)의 흔들림이 측정됐다. 이는 일본 내 원전에서 관측한 흔들림으로는 역대 최대다. 또 일반적으로 원자로 등 중요 기자재 설계 시 상정하는 기준치 273gal의 2.5배나 된다.
이 때문에 핵연료 저장소에 보관돼 있던 물이 흘러넘치면서 배수관을 타고 바다에 누출된 것으로 도쿄전력 측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 관리구역 안에 있는 핵 연료저장소의 물이 어떻게 90cm 두께의 벽으로 막혀 있는 비관리구역의 배수관으로 새어 나갔는지에 대해선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최근까지 일 정부는 "일본의 원전 관리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단언한다"(아마리 경제산업상)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원전의 신규 수주를 싹쓸이하려던 일본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원자력 발전소의 고체폐기물 창고 제2동에 보관돼 있던 드럼통 100개가 지진 충격으로 넘어졌으며 이들 가운데 몇 개의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현장을 점검하던 회사 직원이 17일 낮 발견했다고 교도 통신이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주변 환경이 저준위 방사능에 오염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럼통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