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 6.8 강진 … 원전 방사능 첫 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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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6일 발생한 니가타(新潟)현 지진의 영향으로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 '원전 안전관리 대국'을 자랑하던 일본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 지진으로 방사성 물질이 원전 밖으로 누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냉각수가 1.2t이나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난 도쿄전력 소유 가시와자키 가리와(柏崎刈羽) 발전소 측은 "누출된 냉각수는 방사성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여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출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한 것은 물론 내진설계 때 이번에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존재 유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산업상은 17일 가시와자키 원전을 긴급 점검하라고 명령하고, 각 전력회사에 현재 진행 중인 내진 안전평가를 앞당기도록 지시했다. 일 정부는 지난해 원전 내진설계 시의 기준을 개정, 이에 따라 전력회사들이 재평가 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 원전은 1988년 건설허가 당시 육지 쪽의 4개 단층을 고려한 내진설계 허가를 받았지만 이번 지진의 진원이 된 해저 활단층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니가타현에서 16일 오전 발생한 지진으로 인근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내 전기 공급용 변압기에서 화재가 났다. 이 원전은 지진 발생 직후 대형 진동이 감지돼 가동이 자동 정지됐다. 그러나 정기점검 중이던 원자로 6호기가 있는 건물에서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누출돼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가시와자키 AP=연합뉴스]

어느 원전에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번 지진의 여파로 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소방요원이 도착해 진화작업을 벌이기까지 1시간이나 걸린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원자로 지하에 설치돼 있는 지진계에서 680gal(중력가속도 단위)의 흔들림이 측정됐다. 이는 일본 내 원전에서 관측한 흔들림으로는 역대 최대다. 또 일반적으로 원자로 등 중요 기자재 설계 시 상정하는 기준치 273gal의 2.5배나 된다.

이 때문에 핵연료 저장소에 보관돼 있던 물이 흘러넘치면서 배수관을 타고 바다에 누출된 것으로 도쿄전력 측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 관리구역 안에 있는 핵 연료저장소의 물이 어떻게 90cm 두께의 벽으로 막혀 있는 비관리구역의 배수관으로 새어 나갔는지에 대해선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최근까지 일 정부는 "일본의 원전 관리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단언한다"(아마리 경제산업상)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원전의 신규 수주를 싹쓸이하려던 일본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원자력 발전소의 고체폐기물 창고 제2동에 보관돼 있던 드럼통 100개가 지진 충격으로 넘어졌으며 이들 가운데 몇 개의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현장을 점검하던 회사 직원이 17일 낮 발견했다고 교도 통신이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주변 환경이 저준위 방사능에 오염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럼통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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