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는 모든 핵무기 2·13 합의대로 신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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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얼굴)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7일 오후 두 차례의 북.미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에 이은 핵 불능화와 핵 개발 프로그램 신고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18일부터 이틀간 열릴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 부상과의 대화는 대단히 실무적(businesslike)이었다"며 "한국.일본.러시아와의 양자 협의를 통해 조율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목표와 관련,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행동계획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무기도 신고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2.13 합의에는 (핵무기에 탑재된 것을 포함해) 모든 핵 물질을 신고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김 부상에게 핵 시설 불능화를 올 연말까지 끝내기 위한 로드맵(시간표)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의심하고 있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문제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 방안에 대해 미측의 요구 사항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상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상은 이날 오전 평양 출발 전 외신기자들과 만나 "2.13 합의에 따른 2단계 조치의 목표와 6자회담 당사자들의 의무, 일련의 행동을 어떻게 정의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은 핵 프로그램 신고 뒤 불능화를 하자는 입장인 반면 미측은 신고와 불능화를 함께 진행해 2.13 합의 이행 시기를 앞당기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양자 회담은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6자회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전 협의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8일 시작될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는 핵 불능화 수준, 중유(총 100만t) 제공 방식, 북.미 관계정상화의 연계 방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회담의 목표는 HEU 문제와 핵 불능화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또 5개 실무 그룹(▶한반도 비핵화 ▶경제.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의 가동 방안을 논의한다.

베이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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