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차 빅3 ‘생존 다이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 자동차 3사가 살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한국의 현대차 등 후발 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시달려 온 ‘빅3’가 알짜 사업 부문을 팔아 구조조정과 퇴직자 의료보험 비용에 충당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말 대형 트럭과 버스용 변속기 생산 업체인 앨리슨 트랜스미션을 미국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오넥스에 56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팔기로 했다. GM은 지난해에도 알짜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지분 51%를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에 140억 달러에 팔아넘겼다. 이렇게 만든 돈으로 GM은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 제조 등 핵심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GM은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유가 시대에 상대적으로 큰 승용차가 덜 팔리면서 올 들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주고 말았다.

 미국 2위인 포드도 올 초 고급차 메이커인 애스턴 마틴을 쿠웨이트 컨소시엄에 9억7000만 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영국 자회사인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매각 협상도 하고 있다. 두 회사의 매각 대금은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포드는 1999년 65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던 볼보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억 달러의 순익을 낸 볼보의 가치는 8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고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밝혔다. 포드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12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 경영잡지인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최대 적자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3위인 크라이슬러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98년 독일 다임러그룹에 넘어갔다. 그런데 올 5월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74억1000만 달러에 인수해 새 주인이 되었다.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때 지급했던 360억 달러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9년간 기업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서버러스는 적자기업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해 흑자기업으로 만들어 되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에 곧 임금 삭감과 공장 폐쇄 등 찬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빅3는 새로운 자금을 확보해 퇴직자 의료보험용 펀드에도 상당액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국 자동차산업노조(UAW)와 협의해 더 이상 회사 측이 퇴직자 의료보험을 부담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