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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전 고려 목판 인쇄물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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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금부터 꼭 1000년전인 서기 1007년(고려 목종 10년)에 목판으로 찍어낸 불경인 보협인다라니경(이하 보협인경·사진)이 발견됐다.

 이 보협인경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개성 총지사본으로 밝혀졌다. 불경은 경북 안동 도산면 보광사에 있는 목조관음보살좌상에 복장(몸통 속에 들어있음)돼 있었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산하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범하스님)은 불교문화재 일제 조사 사업의 하나로 보광사(주지 자명스님)를 조사하다가 보협인경 등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보협인경은 탑을 세우면 복을 받는다는 내용을 설파하는 조탑경전(탑을 세울 때 탑 내부에 넣는 경전)의 일종. 장정(裝訂)을 하지 않은 낱장 상태여서 고려초기 목판인쇄 방식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보협인경 첫머리는 개성 총지사(摠持寺) 주지인 홍철(釋弘哲)이 보협인경을 나무에 새겨서 인쇄하고 불탑 속에 봉안했다고 적고 있다. 인쇄 시기 ‘통화(統和) 25년 정미(丁未)’는 서기 1007년에 해당한다.

 총지사에서 인쇄한 보협인경은 월정사 석탑 출토품(보협인경으로 추정)이 현재 보존처리 중이며, 이밖에 일본 도쿄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과 국내 고(故) 김완섭(金完燮) 소장본이 있었으나 후자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따라서 이번 보협인경은 국내 유일의 총지사본 자료인 셈이다.

 특히 불경이 들어있던 목조관음보살좌상(높이 111㎝, 무릎 너비 70.5㎝)은 오랜 세월 일반에 공개됐지만 고려시대 목조불상이라는 점은 이번 조사로 인해 처음 밝혀졌다. 현재 국내 최고 목조 불상으로 추정되는 것은 안동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1199년 제작 추정)이며 두번째가 1280년에 보수한 기록이 있는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불좌상이다. 손영문 문화재전문위원은 “양식으로 보아 13세기 전반과 중반을 잇는 시기의 거의 유일한 불상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연구자료”라고 설명했다. 불상이 쓰고 있는 관은 X선 촬영 결과 넝쿨무늬와 화염구슬로 정교하게 장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후대에 금칠을 두껍게 하는 바람에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불상 속에선 평양에서 선사 사원(思遠)이 교정하여 간행했다는 ‘범서총지집’과 ‘금강반야바라밀경’, ‘범자다라니’ 등 고려시대 인쇄기술을 보여주는 더 많은 자료가 발견됐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비단 홑적삼도 꼬깃꼬깃 접힌 채 들어있었다. 이들 유물은 응급조치 후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졌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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