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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정원·숲 속 박물관·배롱나무원… 자연이 흐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입주를 앞둔 잠실3단지 트리지움 아파트를 찾았다. ‘트리지움(Ⅲ-zium)’은 3(Three)이란 숫자와 뮤지엄(Museum)을 합친 말로, 일상과 자연이 하나가 된 야외 미술관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 짓는데 들어간 비용만도 무려 1억여 원. 고급스러운 이미지 형성을 위한 투자비용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구현한다는 슬로건 아래, 세 가지 자연 요소인 태양·새·꽃을 합쳐 심벌마크도 제작했다. 다른 아파트 브랜드와 차별화하자는 취지다. 트리지움 건설에는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GS건설 등 3개사가 참여했다. 내로라하는 아파트 브랜드의 실력을 검증해 볼 차례. 기대감을 한껏 안고 건설사 현장 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트리지움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 트리지움(Ⅲ-zium)
3단지 뜻하는 Three
뮤지엄(Museum) 합성어

오전 10시, 아파트 입구는 공사 차량들로 북적거렸다. 풀풀 날리는 먼지 사이를 뚫고 단지 내로 들어섰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우뚝 솟은 30층 건물이 공사 현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기세에 동참이라도 할 듯 소나무도 하늘 높이 쭉쭉 뻗어있다. 강원도 양양에서 온 7~24m의 장신들이 보행자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자재가 쌓여 있는 보도 위엔 주차장이 없다. “모두 지하에 주차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대건설 현장소장의 설명이다. 대신 그 자리는 숲과 돌담길로 채워져 있다. ‘도심 속 정원’이라는 컨셉에 수긍이 간다. 골프장의 한 홀을 연상케하는 진입로.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팽나무가 화려한 수형을 뽐내며 장관을 이룬다. 한 그루에 천 만원이 넘는 몸값이라니 전문가를 초빙해 나무를 심을 만하다.
건너편 산수유 도섭지는 노각·느티나무와 함께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 옆엔 목재 데크와 파고라(등나무나 담쟁이 따위의 덩굴성 식물을 올려 그늘을 만든 정자)가 뒤섞인 투영 분수가 자리해 있다. 나무 벤치에 앉아 흐르는 물 소리를 들으면 속마음도 터놓기 쉬울 터.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를 실현할 화해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독일에 특별 주문해 제작한 놀이 시설은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바뀌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바닥은 고무칩으로 돼 있어 넘어져도 다칠 염려가 없다. 모험성을 고려한 인공암벽은 또 어떤가. 하나같이 기존의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없던 풍경들뿐이다.
주변 시설물도 식재와 조화를 이룬다. 화강암 파석으로 담장을 쌓고, 티타늄 징크(부식 저항이 높은 마감재)를 적용해 신전 느낌의 파고라를 세웠다. 아파트 현관에는 필로티(건물 1층에 기둥으로 받쳐진 공간)를 두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도록 했다.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카페로, 때로는 아트 월을 감상하는 전시장으로 사용하기 나름이다.
오전 11시, GS건설 현장으로 이동했다. 아파트 내부와 외관은 3개사가 똑같다. 공원에 들어선 듯한 느낌도 동일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나비의 형태와 색채를 주제로 한 공간 표현법이 눈에 띈다고 할까. 특히 ‘나비 정원’이라 불리는 연못은 나비서식처를 최초로 단지 내에 도입한 친환경 생태 정원이다. 제주식 돌담으로 아늑하고 전통 양식인 정자를 도입해 고풍스럽다. 306동 앞쪽엔 솟대가 세워진 암석원이 있다. 이끼와 야생화 등 키낮은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자연의 축소판처럼 섬세하다. 잠시 정자식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해 본다.
정오, 햇볕이 점점 따가워진다. 트리지움의 투어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부터 가장 특색 있는 장소들로 안내하겠습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이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숲 속 박물관’ 이라는 부제의 ‘오색정원’이 그곳. 화이트 톤의 화강석으로 단지 내 진입로를 대표하는 ‘맞이 광장’, 떨어지는 물줄기로 다채로운 경관을 보여주는 ‘물의 향연’, 넓은 목재 데크에서 한낮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숲 속 카페’, 100일 동안 핑크색 꽃으로 물드는 ‘배롱나무원’, 팽나무와 생태 연못으로 이루어진 이국적인 ‘그린테라스’가 그것들이다. 화이트·블루·브라운·핑크·그린 별로 공간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주민들을 위한 편안한 쉼터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단지 내를 가로지르는 벚나무 중앙 도로를 걸었다. 중간중간 미술 작품과 조형 벽을 만날 수 있어 길거리 미술관에 온 듯했다.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오히려 트리지움에 대한 정의가 어려워졌다. 자연과 예술이 만난 갤러리인지, 풀과 나무가 가득한 수목원인지, 깨끗하게 정돈된 유럽풍 리조트인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다만 한결 같은 기본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푸른 잔디밭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고, 다른 한 쪽은 수목과 암석으로 메울 줄 아는 현명함 말이다. 인간과 자연을 위한 조화로운 자세, 이것이 바로 트리지움이 바라는 이상향이 아닐까?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hye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입주 예정자 인터뷰
'자연과 하나되기' 가슴 설레

▶김선규(45)씨
결혼 후 18년 동안 잠실에서만 거주했다는 김 씨. 그래도 새 집으로 이사하기는 트리지움이 처음이다. 현재는 잠실 우성아파트에 임시 보금자리를 마련해 지내고 있다. 트리지움에는 9월 말쯤 이사할 계획이다. 아내는 설레고 들뜬 마음에 밤잠을 설칠 정도.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학생 딸과 아들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김 씨는 “1·2·4단지가 갖고 있는 한강과 석촌 호수의 조망이 아쉽긴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식재와 벽을 따라 흐르는 폭포수 덕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에 있어서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이름과 로고를 전문 디자인 업체에 맡겨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트리지움은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이잖습니까.” 벌써부터 자부심이 대단하다.

▶권필숙(여·50)씨
“친구들 만나면 새로 이사 갈 아파트 자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라요.” 목소리에 기쁜 마음이 절로 묻어난다. 지인의 친구에게 이사를 권유할 정도로 트리지움 삼매경에 빠졌다. 검정색 대리석으로 아파트 4층까지 장식한 고급스런 외관도, 큰 돈을 들여 지은 아파트 이름도 마음에 꼭 든 모양이다. “내부야 집집마다 꾸미기 나름이지만 조경이나 외부 시설물이 어디 그런가요?”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산책로는 근처 올림픽 공원을 갈 필요가 없을 정도란다. 입주하자마자 운동부터 시작할 태세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교통을 꼽았다.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은 바로 붙어 있고, 잠실역도 도보 5분 거리에요. 내년이면 9호선까지 개통되고, 앞으로 더욱 편해질 것 같아요.” 입주 예정인 9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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