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세부정책 찾기 고심/부처추진 「신경제 100일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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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가안정 등 걸림돌 많아/경기활성효과 실효 의문
오는 20일로 예정된 정부의 「신경제 1백일계획」발표를 앞두고 각 부처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한은총재까지 경질함으로써 진용을 확정한 새 경제팀은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나 이를 뒷받침할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정부는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한 지난해 10월의 설비투자 촉진대책 발표이후 여러차례 경기부양적인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제는 물가안정을 사실상 포기하지 않는한 수요측면에서의 더이상의 경기부양 대책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1백일계획에 담을 내용을 11개 과제로 정리,각 부처에 내려보냈으나 「좋은 소리」를 망라한 이들 11개 과제를 부작용없이 실효성있게 뒷받침할 세부정책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게 이 작업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이나 각 경제부처의 공통된 고민이다. 설사 몇몇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는다 해도 그것이 실제 경기활성화로 나타나겠는가에 대해선 회의를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원은 매일 회의를 열고 각부처를 독려하면서 내용다듬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이 내놓을 메뉴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기획원은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안정기조유지에서 성장률 제고쪽으로 틀었지만 그 각도를 어느정도로 해야 하는지가 최대의 고민거리다.
성장 6∼7%·물가 4∼5%라는,연초 경제운용계획에서 제시했던 「조합」을 어떤 식으로 변경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중요한 과제다.
이같은 선택이 선행돼야 기획원이 경기의 단기활성화를 위해 제시한 ▲기업의 기술·설비투자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토지이용·창업절차·환경관련 규제 등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애로로 작용하고 있는 경제행정규제의 철폐·완화 ▲예산절감 및 사업예산의 조기집행 등 주요 대책의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계획의 기획·입안·조정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워낙 강해 실무진에서는 『청와대안 지침을 받아다 총괄 정리할 뿐 사실상 정책기획부서로서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규제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규제완화의 「함량」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작업을 진행해 온 재무부는 금리자유화·수출금융확대 등 나머지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채 어정쩡한 상태.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리자유화가 3월중에 시행될 것으로 알고 모든 준비를 끝낸채 「택일」만 기다리던 상태였으나 이후 경제수석실로부터 『단기적·제한적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1백일 작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강하게 「개입」하기 시작,이제는 오히려 금리자유화를 다시 뒤로 미루는 적절한 「명분」을 찾을 준비를 하게 됐다.
재무부는 그러나 공론화되다시피한 금리자유화를 다시 뒤로 미룰 경우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에 초장부터 금이 갈뿐만 아니라 현재의 불경기가 고금리 때문이라고 할 수 없으며 실세금리·명목금리의 격차가 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지금이야말로 금리자유화의 적기인데 특히 금융개방 등 대외적 상황을 고려할때 과연 얼마동안이나 금리자유화를 미룰 수 있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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