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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해결 지금부터가 본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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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핵 시설 폐쇄보다 더 가파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북핵 외교를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5일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전날 영변 원자로의 가동 중단을 미 국무부에 통보한 뒤였다.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를 얼마나 성실하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북핵 해결의 성패가 갈린다는 얘기였다.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날 뉴욕에서 "(북한의)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은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18일부터 열릴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선 불능화의 개념과 방법, 대가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불능화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을 빼곤 다른 나라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독특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불능화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불능화의 대상과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정부 당국자는 "불능화는 수준별로 A단계부터 Z단계까지 천차만별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개념의 불능화로는 제어봉 제거 방식이 있다.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을 원자로 밑바닥까지 내려 원자로 내의 중성자를 모두 회수하면 플루토늄 생성이 불가능해진다. 원자로 안에 중성자가 있어야 우라늄과 반응해 핵분열이 일어나고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중성자의 활동을 둔화시키는 흑연감속재에 불순물을 섞거나 원자로의 노심과 제어봉 가동장치를 빼낸 뒤 빈 공간을 콘크리트 등 특수 물질로 메워 버리는 방법이 있다.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는 방법도 있다.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 외벽을 부수고 콘크리트를 붓거나 원자로를 제어하는 중앙 통제실을 파괴하는 것이다.

한.미.일은 당연히 무기급 플루토늄의 생산을 원천 차단하는 수준의 불능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대상과 수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버티기 작전'을 펼치면서 협상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등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도 2단계 조치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한.미.일은 HEU 개발에 쓰려고 구입했던 장비와 사용 내역을 해명하도록 요구해 왔다.

HEU 관련 정보를 확보한 미 정부의 강경파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경우 북핵 협상의 진로는 다시 한번 큰 고비를 맞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뉴욕과 베이징 채널을 통해 '성실한 목록 신고'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불능화보다 목록 신고가 더 큰 고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핵 불능화=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불능화는 (핵 시설의) 핵심 장비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무력화'라고 고쳐 부르거나 '황소를 거세하는 것'이라는 비유법을 동원해 명확한 개념 정의를 회피해 왔다. 한.미.일은 핵 시설의 폐기.해체 직전의 단계로서, 핵 물질 생산과 관련된 핵심 부품.장비의 기능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을 불능화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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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불능화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숙제 #북, 벌써 상응조치 요구 … 결국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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